피를로, 루니, 램퍼드(왼쪽부터 시계방향)는 성공한 선수였지만 감독으로는 아니다. [EPA, 로이터=연합뉴스]스타 선수가 지도자로 성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경험과 검증을 생략한 채 사령탑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2020~21시즌 막판에 접어든 유럽축구에도 고개 떨군 스타 출신 초보 감독이 여럿이다. 안드레아 피를로(42) 유벤투스 감독, 웨인 루니(36) 더비카운티 감독, 프랭크 램퍼드(43) 전 첼시 감독 등이다.
피를로의 유벤투스(승점 55)는 세리에A 3위다. 1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선두 인테르 밀란(승점 65)과 격차가 커 역전 우승 가능성이 작다.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까지 리그 9연패 팀이다. 그나마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뭐라도 할 거라 기대했다.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우승이 1995~96시즌.
유벤투스 구단은 월드컵(2006년)과 챔피언스리그(2003, 07년) 우승을 모두 경험한 레전드 미드필더 출신 피를로라면 유럽 정상 탈환의 꿈을 이룰 거라 믿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졸전 끝에 16강에서 탈락했다. 경험도 선수단 장악력도 부족했다.
피를로는 지난해 8월 유벤투스 사령탑에 깜짝 발탁됐다. 2017년 뉴욕 시티에서 은퇴한 그는 1군 지도자 경험이 전무했다. 그토록 바랐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리그 10연패 꿈이 초짜 감독 피를로 손에서 허무하게 뭉개졌다. 피를로 경질은 시간문제다. 벌써 후임이 거론된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감독과 필리포 인자기 라치오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루니도 초보 감독의 고충을 겪고 있다. 더비카운티(승점 40)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19위다. 강등권인 22위 로터햄 유나이티드(승점 35)와 별 차이 없다. 더비카운티에서 선수로 뛰던 루니는 지난해 11월 감독 대행을 맡았다. 지도자 경력이 전무했지만, 리그 9경기에서 3승 4무 2패를 기록했다.
고무된 구단은 올해 1월 루니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루니는 현역에서 은퇴했다. 대행 꼬리표를 뗀 이후 7경기에서 5승(1무 1패)을 거뒀다. 호평과 함께 프리미어리그(1부) 승격도 꿈꿨다. 기쁨은 잠시. 위기가 왔다. 2월 17일 와이컴비전 이후 8경기에서 1승(2무 5패)에 그쳤다.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했다. 루니는 21일 스토크시티전 패배 후 “팀이 추락하게 두지 않겠다. 오랜 기간 이끄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팬도 등을 돌렸다.
루니는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3시즌 동안 253골(559경기)을 터뜨렸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120경기에 출전해 53골을 넣었다. 역대 최다골이다.
램퍼드는 아예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스타 출신 초보 감독인 그는 1월 첼시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당시 첼시는 리그 9위(8승 5무 6패)였다. 램퍼드는 첼시의 레전드다. 13시즌 뛰며 리그 우승 3차례, 챔피언스리그 우승 한 차례를 함께했다.
2018~19시즌 더비카운티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램퍼드는 19~20시즌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스타가 즐비한 첼시 선수단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벌금 제도로 팀 기강을 잡았다. 대신 경기력 비난은 자신이 떠안았다. 첫 시즌 첼시를 4위에 올렸다. 선수 시절 주장 경험 덕분에 선수단 장악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전술과 용병술이었다. 첼시는 올 시즌 이적료 2억5000만 파운드(약 3800억원)를 써서 티모 베르너, 하킴지예흐, 벤 칠웰, 티아구 시우바, 에두아르멩디 등 스타를 모았다. 안타깝게도 램퍼드는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 못 했다. 사령탑에서 중도 하차했다. 후임 토마스 투헬(49) 감독은 첼시를 4위에 올려놨다. 투헬은 지난 시즌 파리 생제르맹을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도자 경력 14년 차 백전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