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움 안우진(22)과 장재영(19)의 시범경기 투구를 봤다. 둘 다 강속구 투수로 입단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2018 넥센(현 키움) 1차지명으로 입단한 안우진은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이 152.3㎞였다. KBO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2위에 해당하는 9억원을 받고 2021 키움 1차지명으로 입단한 장재영은 실전 등판에서 직구 최고 구속 155㎞를 기록했다.
더 중요한 건 제구력, 더 세부적으로는 커맨드가 동반돼야 한다.
장재영은 지난 21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안우진(5이닝 5피안타 3실점)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군 무대 첫 실전 등판에서 ⅔이닝 동안 2피안타 3실점(1자책)에 그쳤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올리는 동안 무려 33개의 공을 던졌고, 볼넷은 3개나 허용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50%에 한참 못 미치는 39%(13개)에 그쳤다.
공은 빠르지만, 볼이 연속적으로 들어왔다. 결국 제풀에 지쳐 내려갔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 잡는 '하이 패스트볼'이 형성됐지만, 과연 의도하고 던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이 패스트볼'도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야 스트라이크가 된다.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자가 '하이 패스트볼'을 지켜볼 뿐이다.
안우진도 프로 통산 16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4사구를 87개 기록할 만큼 제구력이 완벽하지 않다.
야구팬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는 강속구 투수는 최동원(당시 국내에 스피드건은 거의 없었지만, 일본에서 뛰던 당시 직구는 150㎞를 넘었다.)과 선동열이다. 둘 다 공도 빨랐지만, 제구력이 아주 뛰어났다. 류현진(토론토)도 2006년 한화 입단 첫해 최고 151㎞를 기록했고, 제구력도 돋보였다.
미국 마이너리그에도 최고 시속 160㎞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이들이 빅리그에 데뷔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이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해서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155㎞ 이상을 던지는 선수가 매우 많다고 한다. 역시나 컨트롤 부족으로 1군에 못 올라가고 있다.
KBO리그는 최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스피드보단 제구가 우선이다.
안우진과 장재영은 분명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공의 구속뿐만 아니라 제구까지, 두 가지를 갖추면 '굉장하다'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할 때 마음껏 던지고, 공을 보내고자 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이 필요하다. 코칭스태프나 주변에서 너무 과대평가할 게 아니라 무엇을 보완해야 대성할 수 있는지 길을 찾아줘야 한다.
결국 집중력 연습이 필요하다. 공을 던질 때 눈이 놓쳐선 안 된다. 끝까지 공을 쫓아야 한다. 기본적인 훈련을 통해 집중력이 향상되면 제구력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단지 스피드에 만족하지 않고 더 집중해서 땀을 흘려야 한다. 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리그에 소속된 모든 투수가 이를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