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은 고려인삼·닭·찹쌀로 만든 고대 중국 광둥(广东)식 국물 요리 중 하나로, 한국에 전파된 후 가장 대표적인 한국 궁중요리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최대의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삼계탕(参鸡汤)'을 검색하면 뚝배기에 담긴 삼계탕 사진과 함께 이 같은 설명이 나온다.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를 놓고 온라인에서 한·중 간 '김치 기원 논쟁'이 커진 가운데,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삼계탕'도 자국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확산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삼계탕은 닭고기 안에 인삼·찹쌀·대추를 넣어 뚝배기에 끓여내는 한국 근대요리로, 한류열풍을 타고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들어 닭백숙과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삼계탕'이 만들어졌고, 1960년대 이후 지금의 삼계탕 형태가 갖춰졌다.
그런데도 중국이 한국에 '삼계탕'을 전파했다고 주장하는 건 광둥성 지역에 유사한 탕 요리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닭·돼지·소고기와 채소를 오랜 시간 끓여내는 '라오훠징탕(老火靓汤)'이 광둥성의 대표적 탕 요리다. 하지만 소개돼있는 대부분의 라오훠징탕 레시피는 자른 닭고기를 약재와 한데 넣고 끓이는 방식이다.
삼계탕이 중국에 공식적으로 수출된 건 2016년부터다. 2015년 한·중 양국이 '삼계탕 중국 수출 검역·위생 조건'에 전격 합의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이뤄졌다. 한국 정부는 중국 수출 삼계탕에 태극무늬 마크를 넣어 삼계탕의 위조 판매를 방지하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이 중국에서 인기를 끈 뒤 '삼계탕'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지난 2016년엔 중국 기업 임직원 8000명이 한국에 방문해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삼계탕 파티'를 열기도 했다.
중국은 삼계탕에 대한 국제적 상품분류체계인 HS코드조차 없다. HS코드는 수출 시 관세율과 FTA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한국은 '삼계탕(Samge-tang)'에 '1602.32.1010'라는 HS코드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한편 최근 중국 내에선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신들 문화의 일부라고 왜곡하는 사례는 더욱 다양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중국 측은 판소리·한복·김치 등이 자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염장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인증을 받은 뒤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은 더 심화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가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라며 한국을 연결해 보도하기도 했다.
유튜브 구독자 1480만명을 보유한 중국인 리쯔치(李子柒)가 김장 영상을 올리며 '중국음식'(#ChineseFoo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한·중 네티즌이 댓글 전쟁을 치렀다. 또 식품업계에선 중국 수출 김치에 '파오차이'(泡菜) 표기를 강제한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