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유퀴즈했다. 100회 특집이라고 힘 잔뜩 줘 독특한 구성을 하기보다 여느 때처럼 게스트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여기에 게스트 아이유로 화려함까지 채웠다.
31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100회를 맞이했다. 이날 방송을 통해 '유퀴즈'가 왜 성공할 수 있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유퀴즈'의 가장 큰 매력은 게스트의 사연에 '공감하는 자세'. 유재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평소 타 방송에서 한없이 장난스러운 조세호도 '유퀴즈'에서만큼은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게스트의 사연에 눈시울을 붉히거나 억울한 사연에는 같이 화를 내며 진심으로 공감한다.
이날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첫번째 게스트로 17살 천재 체스 소녀 김유빈이 등장했다. 김유빈이 보여주는 여고생 특유의 풋풋함에 두 엠씨는 연신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유퀴즈'는 천재 소녀 김유빈의 체스 실력보다 '선생님 몰래 해리포터를 본 것'을 최대의 일탈이라고 수줍게 고백한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을 비중있게 다뤘다. 감성 예능다운 접근 방식이었다.
두 번째 게스트는 18년간 뽀로로 성우를 한 이선이었다. 뽀로로에게 영상 편지를 부탁하는 제작진의 말에 왈칵 눈물을 보였다. 이선은 "뽀로로야. 복잡한 감정이 갑자기 생겨서 조금 울컥했어. 그 많은 성우 중에 내게 와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30년, 40년 나랑 계속 함께 해"라며 뽀로로와의 추억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마지막 게스트로 아이유가 등장했다. 아이유는 과거 자신의 걱정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렸을 때는 자기 혐오가 강했다"며 자신을 미워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린 사연도 공개했다. '밤편지'를 쓴 이유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순정을 담은 고백이 '잘자'라는 말에 녹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시청자들을 짠하게 했다.
아이유의 사연을 쭉 들은 유재석이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지나가듯 말해 감동을 줬다. 쉽사리 "그거 나도 안다"라고 하거나 "그 마음 잘 알아"라고 말하기보다 무심히 뱉은 유재석의 말 한 마디가 '당신을 이해하고 싶다'는 진심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유퀴즈' 100회에서 유재석이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시작할 때만해도 평이 그리 좋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방송 초기만 해도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유퀴즈'는 코로나 블루 속에서 대중들의 사랑을 점차 받기 시작했다.두 정통 개그맨이 진행하지만 억지 상황극이나 무리수 멘트로 웃음을 쥐어짜내기 보다는 게스트의 사연에 공감을 하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깊게 터치해 인기를 끌었다. 공감의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예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유퀴즈'는 방송 말미에 '당신의 고민스런 뒷모습은 우리의 뒷모습과 닮아있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마무리했다. 방송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