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무사히 새 시즌의 막을 올렸다. 10개 구단 선수단과 프런트, 팬이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기다려온 순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지난 시즌엔 개막이 5월 초로 연기되는 아쉬움을 겪었다. 다시 4월에 찾아온 KBO리그는 그래서 더 반갑다.
아직 야구계 안팎이 코로나 영향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 확진자 수는 여전히 수백 명대다. 감염 확산 세가 잦아드는가 싶다가도 금세 재유행한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시름은 점점 더 깊어간다. 막내 구단 KT 위즈가 특별한 개막전 시구 이벤트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 이유다.
시즌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 시구는 모든 구단에 남다른 의미다. 과거엔 주로 정치인과 연예인이 ‘얼굴마담’ 시구자로 나섰다. 요즘엔 팀별 특성과 방향성에 맞는 시구자를 섭외하려고 심혈을 기울인다.
KT는 올 시즌을 ‘마법 같은 일상 회복의 원년으로 삼자’는 데 뜻을 모았다. 힘겨워하는 소상공인을 개막전에 초청해 의미 있는 순간을 함께하기로 했다. 시구자가 공을 던지고 포수가 받는, 평범한 시구는 아니길 바랐다. KT 구단과 소상공인의 간절한 마음을 함께 담아서 던질 방법을 찾았다.
KT의 시즌 첫 경기가 열린 4일, 수원 KT위즈파크 마운드에는 야구장 인근 조원시장 소상공인 4명이 나란히 섰다. 이어 야구공 모양으로 특별 제작한 대형 에어 벌룬이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그 위에는 ‘마법 같은 일상으로’라는 메시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KT 마스코트 ‘빅’과 ‘또리’가 시구자 4명과 함께 대형 야구공을 부드럽게 밀자 에어 벌룬은 서서히 홈플레이트를 향해 비행했다. 홈에 있던 KT 주전 포수 장성우는 공을 건네받듯 에어 벌룬을 터치했다. 동시에 야구장에는 코로나19 종식과 KBO리그 무사 개막을 기원하는 폭죽이 터졌다. 관중석이 다시 수많은 팬으로 꽉 차길 바라는 희망, 정겨운 동네 주민이 전국의 작은 가게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소망 등 바람들이 에어 벌룬에 담겨 무사히 ‘홈인’했다.
조원시장 상인회장 임재봉(61) 씨는 시구를 마친 뒤 “프로야구 개막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상인들 모두 KT 구단에 감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국에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어려운 시기지만 상인들 모두 기운 냈으면 좋겠다. KT 역시 올해도 좋은 성적을 올려서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 시구에서 전달한 메시지처럼 모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코로나19 시대의 프로야구는 그렇게 또 한 번 지역사회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프로야구단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다시금 일깨운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