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4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SSG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1-1로 맞선 4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롯데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로부터 우월 투런 홈런을 쳤고, 4-2로 앞선 8회 최준용과의 승부에서도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야구팬 관심은 경기 초반까지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추신수와 창단 첫 경기를 맞이해 현장을 방문한 정용진 SSG 구단주에게 쏠렸다. 추신수는 3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성 타구를 생산해 기대감을 줬고, 정용진 구단주는 내야 테이블석에서 팬과 교감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최주환은 시범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개막전을 앞둔 그는 "경로를 잘못 설정했다. 지난 시간은 잊겠다"고 했다. 이어 "(개막전) 중요한 순간에 안타 하나만 때려냈으면 좋겠다. 소박한 바람"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 말은 엄살이었다. 진짜 무대에 오르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고, 중요한 순간 '안타'가 아닌 '홈런'을 때려냈다.
최주환은 개막전 활약으로 '용진이형 상'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용진 구단주가 만든 일종의 경기 최우수선수(MVP) 시상이다. 최주환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위 선수는 창단 첫 승리를 견인하였기에 용진이형 상을 수여하고 매우 칭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장과 부상(한우 세트)이 찍힌 사진을 6일 공개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구단주님 깜짝 서프라이즈, '용진이형 상'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글도 게재했다.
최주환은 지난해 12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내야진 공격력 강화를 노렸던 SSG는 20홈런(단일 시즌 기준)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최주환에게 42억원(기간 4년)을 투자했다. 2011년 이후 9년 만에 단행한 외부 FA 영입. SSG는 개막전부터 투자 효과를 확인했다. 로맥·추신수·최정·최주환(2~5번)으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의 마지막 주자로 시너지 극대화를 이끌었다.
FA 이적생인 만큼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SSG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내 스포트라이트는 국내 무대로 돌아온 추신수에게 옮겨졌다. 최주환은 "솔직히 FA 계약 전후로 내가 생각한 수준보다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 (추)신수 형 가세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웃어 보인 뒤 "예전에는 그저 '야구계 선배'였던 분을 이제는 '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신수 형이 권위 의식 없이 먼저 다가와 주셔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지난달 13일, SSG에서 첫 훈련을 소화한 뒤 "나는 그저 경험을 위해서 한국 무대로 온 게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연봉 27억원을 받는 주축 선수이자, 최고참으로서 팀 승리를 이끌겠다는 의지였다.
최주환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신수 형도 같은 얘기를 하셨지만, 나도 SSG에 이기기 위해서 왔다. 말만 하지 않겠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꼭 (시즌)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겠다"라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최주환은 두산 소속이었던 2015·2019시즌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당연히 목표는 정상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SSG에 부응하려는 책임감도 크다.
최주환은 2018시즌 26홈런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에서만 15개. 이전까지 콘택트를 지향하던 타자였지만, 풀스윙 히터로 거듭났다. 그의 새 홈구장 랜더스필드는 담장까지 비거리가 잠실구장보다 짧다. 그래서 2018시즌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대받고 있다.
최주환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두산 소속일 때는 인천(랜더스필드)에 오면 장타 욕심을 냈다. 그러나 이제는 홈구장이다. (잠실구장보다) 작은 구장이라고 해서 욕심을 부리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제는 타구나 스윙을 분석하는 장비가 있다. 구장 크기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던 타격을 유지하겠다"라고 했다. 공격적인 타격 성향은 유지하면서, 과욕은 경계하겠다는 의지다.
최주환은 6일 열린 홈 한화전에서도 6회 말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SSG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경기 연속 '용진이형 상' 수상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