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롯데 감독은 치열한 토종 선발 투수 경쟁에서 박세웅과 이승헌, 김진욱을 낙점했다. "노경은과 김진욱을 5선발 후보로 놓고 고민했는데, 시범경기 때 김진욱의 구위가 더 좋았다"라고 선택 배경을 밝혔다. 다만 이승헌과 김진욱 등 신예 투수는 경험이 적다. 선발진에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로테이션 합류 1순위는 노경은이다.
그는 현재 10개 구단에서 선발 경쟁을 펼치는 가장 베테랑 투수다. 최근 리그 전반적으로 젊은 투수가 급성장하면서, 30대 후반 베테랑 투수는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노경은도 "롯데 선발진이 많이 좋아졌다. 롯데의 미래 영건이 많이 등장했다"라며 "하루하루 경쟁과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라고 했다.
베테랑 선발 투수의 생존법, 연구와 노력이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너클볼이다. 노경은은 "너클볼을 던질 수 있어 심리적으로 편안하다"라고 한다. 너클볼은 공이 거의 회전하지 않아 홈플레이트 앞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인다. 타자는 방망이에 공을 맞히기 어렵고, 포수는 공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공을 던지기 까다롭고, 구종 습득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실제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 노경은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손에 익혔다. 그는 "체인지업의 한 종류로 생각하고 던진다. 직구와 40㎞(2020년 기준 직구 141㎞, 너클볼 107㎞)의 구속 차이를 이용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팀 포수에게 '내 너클볼은 R.A 디키나 팀 웨이크필드처럼 회전이 없거나, 무브먼트가 심하지 않다'라고 한다"라고 했다.
선발 투수로 133이닝을 던진 지난해 노경은의 너클볼 구사율은 전체 구종의 5.8%(스탯티즈 기준) 정도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13.4%. 주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공'으로 던졌다.
공은 느리지만, 그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구종이었다. 지난해 전체 구종 중 너클볼 피안타율이 0.179로 가장 낮았다. 시즌 피안타율(0.267)보다 훨씬 좋았다.
올 시즌 너클볼의 구사율을 더 높이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변화구나 결정구를 던져 맞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스트라이크 이후 상대 타자가 너클볼에 헛스윙이 아닌, 지켜보다가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올해는 1스트라이크 이후 등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던질 계획이다. 너클볼 컨트롤도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자신감도 붙었다"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스트라이크존 근처에만 던지자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강타자를 상대로도 던지겠다"라고 다짐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와 환경에 순응하며 기존에 던진 구종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일까' 고민한다. 그는 "더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슬라이더도 좌우로, 커브도 다양한 포인트로 던진다. 최종 목표는 자유자재로 컨트롤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한다.
젊은 신예 투수와 끊임없이 펼쳐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노경은은 "20대 초중반에 시간을 아쉽게 흘러보냈다. 야구 인생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1차 경쟁에서 탈락한 그는 후배들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자신을 제외한 네 명을 두고 "어벤져스"라고 표현했다. 노경은은 "이승헌은 하드웨워(196㎝·97㎏)가 뛰어나고, 150㎞에 육박하는 서클 체인지업이 좋다. 아마도 제2의 염종석 선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점쳤다. 이어 "박세웅은 최동원의 선배 등의 '안경 에이스' 계보를 잇지 않나"라며 "서준원은 사이드암 투수가 놀랍게도 150㎞ 공을 던진다. 롯데 선발진이 다양성을 통해 점점 갖춰가는구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신인 김진욱에 대해선 "팔 각도가 높아 양현종(텍사스)과 비슷해 보인다. 성장할 자질이 엿보인다"라고 예상했다.
노경은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 그는 "41~42세까지 계속 선수로 뛰고 싶다. 그러려면 잘해야 한다. 10승-150이닝이 목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