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이 910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영표(30)의 투구에 흡족해했다. 기대와 믿음도 섞여 있다.
고영표가 지난 7일 수원 LG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실점 호투를 펼친 다음 날(8일)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는 제구력과 함께 결정구를 갖췄다. 앞으로 4~5선발 투수라고 표현하지 않고, 좋은 선발 투수로 하는 것이 맞겠다"라고 웃었다.
KT는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지난해 신인왕 출신 소형준이 선발진을 형성한다. 여기에 고영표와 배제성이 뒤를 받치고 있다.
시즌 초반 많은 팀이 5인 로테이션을 구성하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지난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KT는 올 시즌에도 국내 선발진이 든든한 모습이다.
특히 고영표의 선발진 가세는 KT에 큰 힘이 된다. 2014년 KT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입단한 고영표는 2017년과 2018년 두 시즌 연속 14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한 뒤 올해 다시 팀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KBO리그에 입성한 추신수(SSG)는 "빅리그에는 없는 유형의 투수"라며 고영표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지난 7일 경기는 1군 무대 910일 만의 등판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나도 예전에 무릎 수술을 하고 재기할 때 정말 힘들었다"라며 "아마 (고)영표도 2년간 리그 타자를 상대하지 않아 타격이 강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통산 152승을 올린 이강철 감독의 시선에 고영표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였다. 7일 LG전에서 4사구만 5개 허용했다. 이 감독은 "공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던지는 느낌이었다. 좀 더 본인의 공을 믿고 던지길 바랐는데 쉽게 들어가지 못하며 볼넷이 많았다"라고 했다.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 감독은 "3회 이후 직구가 통하고 변화구도 잘 구사되면서 좋은 투구를 하더라. 승리 투수가 되면 더 좋았겠지만 1실점으로 6이닝을 막아 팀이 이기는 기회를 만들었다"라고 흡족해했다. KT는 고영표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0-3으로 뒤진 7회 4점, 8회 3점을 뽑아 7-3으로 이겼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고영표가 자신의 복귀전을 100점 중 70점으로 평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 감독은 "어제(7일) 경기가 70점이면 앞으로 100점이면 완봉을 하겠네요"라고 허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