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SSG랜더스의 경기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수아레즈가 4회초 최주환에게 첫 안타를 맞고 라모스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4.11/ 지난겨울 KBO리그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선수 사전접촉을 의미하는 탬퍼링(tampering) 관련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KBO리그 구단이 MLB 선수와 접촉할 때 사무국을 거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국내 구단이 MLB 선수를 영입하려면 MLB 사무국을 통해 신분조회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투수 A에 대한 영입전이 과열되면서 사전 접촉 논란이 불거졌다. 겨우내 KBO리그 내 복수의 구단이 동향을 체크했던 A가 바로 앤드류 수아레즈(29)다.
2018년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MLB에 데뷔한 수아레즈는 그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7승(13패)을 따냈다. 지난해에도 MLB에서 뛴 '현역 빅리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KBO리그 구단이 영입할 수 있는 최대어였다.
치열한 경쟁 끝에 웃은 구단은 LG. 지난 1월 수아레즈 계약(총액 60만 달러)을 발표했다. 당시 차명석 LG 단장은 "수아레즈는 커맨드가 좋아 제구가 안정적이며 구속이 빠르다. 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다. 케이시 켈리와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아레즈는 순조롭게 KBO리그에 적응 중이다.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영점을 조정했다. 정규시즌 데뷔전이었던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선 6이닝 1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특히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 심우준-조용호-황재균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왼손 타자(13타수 1피안타)와 오른손 타자(5타수 무피안타)를 가리지 않고 막아냈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SSG랜더스의 경기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LG선발 수아레즈가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4.11/ 11일 잠실 SSG전에선 더 완벽했다. 선발 등판한 수아레즈는 8이닝 3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 수(87구)를 고려하면 완봉승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류지현 LG 감독은 무리하지 않았다.
경기 양상은 KT전과 비슷했다. LG 타선이 SSG 선발 박종훈(6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에게 묶였다. 7회 말 1사 3루에서 나온 유강남의 적시타가 유일한 득점. 그러나 수아레즈는 흔들림이 없었다. 1회부터 11타자 연속 SSG 타선을 범타 처리한 그는 4회 초 2사 후 최주환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최정을 내야 땅볼로 잡아냈다. 7회 초에는 최주환과 최정, 한유섬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흐름을 탄 수아레즈는 8회를 볼넷 1개로 막은 뒤 마운드를 고우석에게 넘겼다. 최고 시속 153㎞까지 찍힌 수아레즈의 '제구되는 패스트볼'은 타자 입장에선 부담 그 자체였다. 14이닝 18탈삼진 무실점. 정규시즌 두 경기 만에 수아레즈가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