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현(51) SBS SPORTS 해설위원이 경솔한 발언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안경현 위원은 지난 10일 대전 한화-두산전 중계 중 "과연 '입장료를 내고 이런 경기를 봐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같으면 안 본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상황은 이랬다. 한화는 1-14로 뒤진 9회 초 수비 시작과 함께 내야수 강경학을 투수로 내세웠다. 한화는 선발 투수 장시환이 3이닝 동안 7점을 내주고 강판된 뒤 불펜 투수 3명(김종수·윤대결·윤호솔)으로 5이닝을 더 막았다.
이미 전세가 두산으로 넘어간 상황.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불펜 소모를 막기 위해 야수를 투수로 기용했다. 강경학은 ⅔이닝 동안 3피안타 4실점 했다. 수베로 감독은 2사 1·2루에서 외야수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정진호는 공 4개를 던져 타자 신성현을 뜬공 처리해 1-18로 경기를 끝냈다.
안경현 위원은 "정규시즌에서 한화 팬들에게 이런 경기를 보여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야수가 (투수로) 올라오는 경기는 최선을 다한 경기가 아니다"라며 수베로 감독의 경기 운영을 계속 비판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야수를 투수로 투입하는 사령탑의 선택을 자주 볼 수 있다. KBO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최원호 한화 감독 대행은 6월 5일 대전 NC전 0-11이던 8회 말 내야수 노시환을 투수로 투입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지난해 5월 9일 대구 삼성전에서 2-14로 뒤진 상황에서 야수 황윤호를 투수로 내세웠다.
수베로 감독은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가 위닝시리즈를 결정할 수 있는 11일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10일 경기는)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펜 투수를 아끼려고 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도 야수가 투수로 나설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는 "확답할 수 없지만, 다시 그런 운영을 한다면 그건 불펜 투수를 아끼기 위한 선택일 것"이라고 답했다.
안경현 위원의 비난에 대해서도 수베로 감독은 의연하게 대응했다. 그는 "그런 말을 한 분이 8회 1-14로 지는 경기를 뒤집은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나는 상식적인 운영을 하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안경현 위원은 "완전히 넘어간 경기에서 다른 투수를 허비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여긴 올스타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의 전략을 '이벤트'로 단정했다. 안경현 위원은 지난해 "광주를 가기 위해 여권을 챙긴다"라는 말로 지역 비하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상대 사령탑 김태형 두산 감독도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승리조를 내세우긴 어렵다. 남아 있는 (패전조) 투수가 7~8점씩 줄 때까지 계속 던지게 하는 것도 곤란하다. (야수의 등판도) 괜찮다고 본다. 우리도 그런 상황에서 야수를 한 번 내세워봐야겠다"고 했다.
안경현 위원의 발언 중 "야수들 마운드에서 공 많이 던지면 팔에 부상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은 유일하게 공감을 샀다. 수베로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강경학에게 '무리하지 말아라'고 얘기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