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긴 말 필요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사람들을 만나 인생의 지혜를 나눴다.
14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키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는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유명인사들이 연거푸 등장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너도 그렇다'는 레전드 시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은 등장과 동시에 유재석을 보며 "대충 봐도 이쁘네"라며 큰 웃음을 주며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43년 일한 나태주 시인은 민들레꽃을 대충 그리는 반 아이들을에게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라고 가르치며 '풀꽃'의 영감을 받은 순간을 떠올렸다. 나태주 시인의 팬을 자처한 방탄소년단 제이홉에게 "내 시집을 한권 보내주고 싶다"며 "내 번호는 010-xxxx-xxxx"라며 방송중 갑자기 번호를 공개해 제작진의 배꼽을 뺐다.
나태주 시인은 지금까지 쓴 시만 오천 페이지 이상. "난 시에 미쳤다"며 누구보다 각별한 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인은 "스물 여섯살 때 사랑하던 여자에게 처절하게 버림 받고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했지만 그 이후로 좋은 시들이 써졌다"며 상처를 받을수록 좋은 작품이 나오는 자신의 시 세계를 이야기했다.
나태주 시인은 유재석을 보며 "롱런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자기 고집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며 유재석을 수줍게 만들었다. 또한 조세호가 "작가님께 행복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태주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로 감동을 줬다. 이어 시인은 "우리 집은 8000만원이다"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토크로 끊이지 않는 웃음을 만들었다. 나태주 시인의 진지하지만 유쾌한 입담은 '유퀴즈'와 꼭 닮아 있었다.
베일에 가려졌던 사진작가 니키리도 출연했다. 매번 파격적인 시도로 뉴욕 예술계를 흔들었던 니키리는 어떤 분야의 사람이든 함께 생활하며 그 세계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니키리는 펑크 뮤지션, 스윙 댄서, 그냥 할머니, 뉴욕 고소득 전문직 등 다양한 직업군에 흠뻑 취해 살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남편 유태오와의 러브스토리도 공개했다. "유태오의 월등한 외모에 결혼 후 당장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한 니키리는 "근데 전혀 아니었다"며 얘기에 반전을 줬다. "7, 8년 동안 무명 생활이 지속되면서 모아놨던 돈이 떨어지게 시작했다"며 니키리는 "그래도 유태오가 일하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만류했다"라고 해 두 MC를 의아하게 했다. "왜 그랬냐"는 유재석의 물음에 "거친 풍파 속에 유태오의 소년미가 사라질까봐"라며 모두를 크게 웃겼다. 남자가 내조, 여자가 외조를 해온 니키리의 이야기는 성 역할의 경계가 사라진 요즘의 부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마지막 게스트로 한국 최고의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자리했다. 이동진은 등장하며 "오늘 유재석 사인을 받기 위해 나왔다"며 재밌는 포부를 밝혔다. 이동진은 기자 시절부터 무려 25년 정도 평론을 했다며 "어느 순간 내가 조직생활가 어울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차갑고 충동적으로 첫 직장을 그만 둔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생충'의 한 줄 평을 두고 "내 평론 역사에 가장 큰 흑역사"라고 말하며 억울함을 유쾌하게 토로했다. '기생충'이라는 위대한 영화를 한 줄 안에 담으려는 부담감에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쓴 것. 그럼에도 이동진은 "그 상황에 어울리는 딱 하나의 단어가 있는 법"이라며 '기생충'의 한줄평에 당당함을 드러냈다.
이동진은 자신의 인생 영화로 '보이후드'를 꼽았다. 촬영 기간이 무려 12년인 '보이후드'는 아역 배우가 실제로 성인 남성이 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이동진은 '보이후드'를 '그 아이는 어떻게 내가 되었나'라고 평하며 "그 영화를 보면 누구나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지금의 나와 연결 짓기 마련"이라며 영화를 안 본 사람들로 하여금 관람 욕구를 치솟게 했다.
수집광으로도 유명한 이동진은 책 2만 권, 음악 CD 1만 장, 영화 DVD 5000 편을 소장한 사실을 공개해 두 MC의 감탄을 샀다. "그걸 다 언제 보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인간관계 다 망하면 된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프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기생충'의 수석, '늑대의 유혹'의 우산, 맥가이버의 사인을 담은 가위, 비틀즈 네 멤버의 친필 사인이 있는 콘서트 티켓 등 가격으로만 따져도 고가에 이르는 소장품을 공개해 부러움을 샀다.
이동진은 "하루 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라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명언을 남기고 퇴장했다. '유퀴즈'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40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