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테슬라의 전기차 경쟁이 '충전소 인프라 구축'으로 옮겨붙고 있다. 앞다퉈 충전소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와중에 충전 인프라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충전의 편의성이 전기차 고객의 브랜드 선호도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충전 인프라를 통한 마케팅 전략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 '이피트' 운영 돌입…테슬라는 공유 안 돼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날부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의 운영을 시작한다.
이피트는 현대차그룹이 국내 최초 고속도로 휴게소에 구축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다. 출력량 기준 국내 최고 수준인 350kW급 초고속 충전설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피트 브랜드명은 레이싱 경기 중 정비를 위해 차고로 들어오는 ‘피트 스톱’에서 영감을 받았다. 빠른 속도가 생명인 피트 스톱처럼 이피트는 기존 충전 시간보다 최대 50% 줄어든 약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충전 시연에서 현대자동차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는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최대 80%까지 빠른 속도로 충전됐다.
충전소는 별도 조작 없이 인증, 충전,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플러그앤차지’ 기능을 적용해 기존 여러 단계를 거쳐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했다. 이 기능은 올해 신규 출시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모두 탑재된다. 충전소는 캐노피 건축물로 만들어져 악천후에도 고객이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충전 생태계 플랫폼을 육성해 국내 충전 산업의 선순환 발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타사 전기차 이용 고객에게도 이피트 충전소를 개방한다. 국내 충전표준인 콤보1을 기본 충전방식으로 채택한 전기차는 제조사에 상관없이 모두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콤보 어댑터는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별도 충전규격을 갖춰 어댑터를 사용하는 테슬라 차량은 이용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이피트 충전소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각 6기씩 총 72기 설치됐으며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될 예정이다. 오는 28일까지는 시범서비스로 운영되며, 이 기간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충전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도심 주요 거점에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8개소(48기)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테슬라, 신형 'V3 수퍼차저' 호스트 모집
현대차그룹에 맞서 테슬라도 국내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최근 출시한 모델 Y의 본격적인 출고에 앞서 신형 급속충전시설 'V3 수퍼차저'를 늘리기로 했다.
수퍼차저는 테슬라에서 운영하는 전기차 급속충전시설이다. 현재 테슬라는 완속 충전소 데스티네이션차저 200여 곳과 급속충전소인 V2 수퍼차저 3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신형 V3 초급속 수퍼차저는 최대 250kW의 속도를 지원하며 5분 충전만으로 120km 주행이 가능한 시설이다. 기존에 설치된 120kW급 수퍼차저보다 충전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테슬라 설명이다.
테슬라는 연내 서울 6곳, 경기 11곳 등 수도권 17곳에 V3 수퍼차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충북 2곳(청주, 진천), 대구 2곳, 대전 1곳, 광주 3곳, 전남 1곳(순천), 울산 1곳에 V3 수퍼차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 수퍼차저 호스트를 모집 중이다. 테슬라는 다음 달 21일 지원 마감 후 후보 실사 등을 거쳐 8월 13일 계약 체결을 마감한다.
테슬라가 V3 수퍼차저 호스트 모집에 나선 것은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압도적 1위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에만 3194대를 신차로 등록했다. 그러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테슬라도 전용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국은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라며 "국내 1위 전기차 판매를 기록 중인 테슬라도 신형 수퍼차저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와 테슬라가 신차 경쟁에 이어 충전소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라며 "전기차 소비자는 충전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충전기 확보가 강력한 구매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