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 하니가 안희연으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안희연의 첫 영화는 '박화영' 이환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 '어른들은 몰라요'. 직접 경험해 보기는 힘든, 인생의 또 다른 단면을 그린 작품이기에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연기까지 예상했고 "내가 소화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정중한 거절도 건넸다. 그럼에도 손을 내민 이환 감독의 적극적 러브콜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해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 그야말로 제 모든 시간을 던져버린 도전이다.
극중 18세 임산부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돕는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주영으로 분한 안희연은 흡연과 거친 욕설 등을 서슴지 않는 파격 캐릭터로 깜짝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EXID 소속사와 전속계약 만료 후 인생 2막을 고민해야만 했던 시기 떠난 여행에서 DM으로 받게 된 '어른들은 몰라요' 출연 제의였기에 의도했던 혹은 계획했던 흐름은 결코 아니었다. 예상못한 기회와 기억될만한 선물은 나보다 한발 앞서 나에게 도착하기 마련이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배우 안희연의 행보는 꽤 매력적이다. 지난해 웹드라마 '엑스엑스(XX)'로 성공적인 첫 드라마 데뷔를 마치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안희연은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anthology) 시리즈 'SF8-하얀 까마귀',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낫서른'까지 작품과 안희연이 동시에 빛날 수 있는 필모그래피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있다.
원조 역주행 아이콘으로 걸그룹으로서 최상의 인기를 맛 봤지만 붕 뜨지 않고 현실에 두 발 딱 붙이고 있었기에 행보다. 오히려 '내 것이 아니다'는 생각에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즐기지 못했던 환호였다. 진정 스스로 이룩한 새 꽃길에서는 '마음껏'에 대한 아쉬움 한자락도 남기지 않길. 한번쯤은 일희일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안희연으로 다시 하니의 위치를 찾아도 사랑을 부르는 예의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이미 쌓였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나는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처음에는 내 연기가 좀 보이다가 나중에는 이야기가 보였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땐 마음이 되게 많이 먹먹해져 눈물이 났다. 옆을 봤더니 나와 똑같은 사람이 한명 더 있더라. 유미였다.(웃음)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에 그제서야 조금 편해졌다."
-눈물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글쎄. 복합적인 것 같다. 특히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노래가 뭔가 나를 더 먹먹하게 했던 것 같다. 그저 이런 메시지를 가진 영화에 내가 함께 했다는 것이 영광이다."
-스크린 데뷔작이다. 큰 스크린에서 본 자신의 모습은 어땠나. "묘했다.(웃음) 촬영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완성된 영화를 봤기 때문에 그때 기억도 새록새록 났다. 찰영은 두, 세달 정도 했는데, 살면서 굉장히 짙게 살았던 기간으로 남아있다. 영화 관련 워크샵이 있을 땐 매일 매일 워크샵에 갔다. 내 촬영이 아닐 때도 그날 촬영을 보러 현장에 갔다. 아예 촬영이 없는 날은 감독님 붙잡고 '워크샵 해달라'고 했다. 오룆 이 영화만 생각하고, 이 영화에만 모든 것을 다 쏟았던 것 같다."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은. "내가 그 때 회사가 없었고 스케줄도 없었다. EXID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마무리 짓고 진짜 훌쩍 그리스로 여행을 떠났던 시기였다. 근데 감독님이 DM을 보내셨더라. 시나리오를 봐 줬으면 좋겠다고. '박화영' 감독이라길래 더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까지 '박화영'을 보지는 않았고, '꼭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보고 싶은 영화로 캡처를 여러 번 해둔 작품이었다. '이환입니다.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인데 하니 씨와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라는 쪽지에 처음엔 '땡큐!' 했다. 읽어보는건 부담이 없으니까. 하하."
-시나리오를 읽고 부담을 느낀 것인가. "거절했다.(웃음) 첫 답변은 '감독님 말씀 정말 감사하고, 당신이 정말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 내가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지금 회사도 없고, 계약이 끝나 여행을 나와 있는 상태다. 혼자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솔직히 좀 셉니다'라는 말도 했다. 어려운 신도 너무 많고, 잘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없으니까. '크랭크인이 곧이라고 하셨는데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보냈다.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한국에 와서 한번 보자'고 하시더라."
-미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EXID 일본 콘서트가 있어 한국에 들어 왔어야 했다. 그때 만났다.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관계자 분들도 계셨다. 그런 자리가 처음이다 보니 어떤 말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지 전혀 무지한 상황이었다. 영화적 허용? 그런 것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냥 내 생각을 다 꺼내놨다. '감독님은 기분 나빠 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내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받아들여주시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임에도 대화가 되더라. 그래서 더 더욱 ''박화영'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고 난 후에는 '아, 내가 우려했던 부분을 이 사람이 연출하면 걱정 안해도 되겠다'는 신뢰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연기를 해본적도 없지만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 사람과 해보고 싶다. 이 사람 작품 속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