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여성 더러브레드 경마 기수로 꼽히는 쥴리 크론. 경마 스포츠에서 여성들의 활약상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많이 다뤄진다. 성별과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경마만의 매력이 대중들에게 눈길을 끌 만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3700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사상 최고의 여성 더러브레드 경마 기수로 손꼽히는 줄리 크론은 미시간주에서 태어나 말 농장에서 자라며 어린 나이부터 말을 타기 시작했다.
기수로 데뷔한 이후 1993년 가장 큰 커리어 중 하나인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콜로니얼 어페어’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트리플 크라운 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성 기수가 됐다. 2000년에는 여성 기수로는 최초로 미국 경마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99년 심한 척추부상으로 결국 경마계에서 은퇴해 경마 해설자로 활동해야 했다. 그러다 2003년 미국 최고의 경주 중 하나인 브리더스컵에 도전하며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는 브리더스컵 쥬버나일 필리스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올해 그랜드 내셔널에서 우승한 레이첼 블랙모어. 지난 10일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에인트리 경마장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경마 대회 중 하나인 그랜드 내셔널 대회에서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출신인 레이첼 블랙모어가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다.
농부와 선생님의 자녀로 태어난 블랙모어는 2015년부터 프로 기수로 활약했다. 그는 2018~2019년 시즌 아일랜드 점프 경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기록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영국 최고의 경주 중 하나인 그랜드 내셔널에서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총 길이 약 7000m에 30개의 덤불 펜스를 넘는 장애물 경주인 그랜드 내셔널은 매년 40명이 참가하지만, 덤불을 넘다가 넘어지는 참가자들이 많아 완주율이 극히 낮을 정도로 악명 높은 대회기도 하다.
올해 그랜드 내셔널은 영국에서만 800만명이 시청하는 ITV1 채널을 통해 라이브로 생중계가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한 영국의 베팅 매출은 1억 파운드(약 1550억원)를 넘은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거 같다. 인간이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2013년 과천시장배에서 우승한 이신영 조교사. 이신영은 한국 경마 최초의 여성 조교사다. 올해로 벌써 11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인 그는 서울 경마공원에서 여전히 주목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1년을 기준으로 승률 15%를 넘나들며 톱3 안에 드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복승률 또한 23%로 10위권 내에 안착했다.
이신영 조교사는 “내가 잘해야지 후배들이 또 이 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는 책임감이 있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지만 도전 정신과 꾸준한 공부를 토대로 경마계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여성 후배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