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판타지에서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담당했다. 삶에 대한 의지 상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앞세워 삶에 대한 집착을 부리게 만든다. 업보로 끌어안은 시한부 인생은 자의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기에 외면하고 싶고 탈피하고 싶다. 무너지고 아파하고 예민해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엔 인간이라는 복합적인 존재의 감정이다. 존재 자체를 정의내리지 못하는 복제인간 앞에선 무력한 순간마저 부러운 존재. 이 난해하면서도 무거운 캐릭터를 저만의 방식으로 또 완벽하게 그려낸 공유다.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 생각 많은 공유가 '서복(이용주 감독)' 프로젝트에 합류한 이유다. '슬프도록 찬란했던 신'으로 주목도가 가장 높이 치솟았던 시기 쌓이고 쌓였던 시나리오 중 택한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았고, 전작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어느 순간 훅 깊어진 분위기와 인물의 설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연기력은 작품의 성과와 별개로 빛났다. 배우는 작품으로 말하고, 작품은 곧 배우의 일부분을 확인시킨다. 사람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 공유의 몸과 마음을 모두 움직였다.
1년 여의 시간이 지나도록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는 '서복'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크린용으로 제작된 대작 스케일로 지난해 겨울 개봉까지 추진했지만 답없는 시국은 '서복'마저 발목잡고 말았다. 최종 운명은 극장과 OTT 동시 개봉이라는 최초의 길.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도 부담감까지 쉽게 떨쳐낼 수는 없다. 촬영내내 함께한 짝꿍도 없었기에 공유는 "조금 외로웠던 것 같다"며 담담한 속내를 터놨다.
코로나 시국이 바꿔놓은 변화는 또 있다. 배우들의 화상 인터뷰. '서복'을 통해 첫 화상 인터뷰를 접한 공유 역시 시작은 어색한 듯 낯선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말미엔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쏟아내는 수다쟁이가 됐다. 너무 솔직해 스태프들의 눈치를 슬쩍 슬쩍 보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더 어려운 듯 시간을 지배했고 공기의 흐름을 바꿨다. 해를 거듭할 수록 있는 매력에 없던 매력까지 추가해내는 배우. 긴 공백기 없이 돌아올 공유의 차기 행보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인터뷰 1편에 이어...
공유 -기헌은 시한부 캐릭터다.
"여러 번 많이 말하기도 했고 '굳이' 싶기도 하지만 기헌을 설명할 땐 빼놓을 수 없는 일도 맞는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식단 조절이 필요했고 그로 인한 예민함이 기헌과 잘 맞았다. 재수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아주 힘들거나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캐릭터에 따른 준비 과정이라 자연스럽게 여겼다. 더 힘들게 준비했던 때도 있었기 때문에 '아, 이걸 또 해야돼?' 그런 마음 보다는 하면 그냥 하게 되더라. 4개월 정도 관리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밥도 같이 못 먹고 혼자 숙소에 있어야 했지만 기헌에게는 필요했다."
-연기하는데 득이 된건가.
"좋은 과정이었다. 찰떡이었다.(웃음) 육체미 액션배우의 모습이 아니라 내 얼굴이 수척해져 보이기를 바랐기에 운동은 무리해서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예민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감독님은 그걸 기민하게 알아채 주셔서 감사했다. 식단 조절이 되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이 좋아지긴 하더라. 주변 사람들이 '아깝다'고 했다. 근데 몸을 드러낼 신은 없었으니까. 라면 먹는 신을 찍을 땐 감독님의 배려로 딱 한 젓가락 먹고 끝이었다. 진짜 '꿀.맛'이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다 돌아왔다. 돌아온지 꽤 됐다. 평소에는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형편없다. 으하하."
-편집된 신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처음 등장할 때 '뜨악' 할 정도로 퀭하게 보이길 바랐다. 영화에 나온 것보다 고통스러워하는 신이 더 많다. 찍기도 찍었다. 좀 힘들게 찍었는데 최종적으로는 편집돼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아깝기는 하지만 영화 전반을 위한 감독님의 선택이기 때문에 이해한다."
-욕설도 꽤 많이 한다.
"희한하게 거의 처음으로 욕설 연기를 한 것 같다.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그간 욕을 한 작품이 거의 없더라. '어울리지 않게 착한 역할만 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통쾌했다.(웃음) 자유롭게 욕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인간이라면 위급한 상황에서 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나도 연기지만 어떤 제약이 풀린 것처럼 시원하게 내뱉었다. 더 하고 싶기도 했다."
공유 -박보검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보검 씨는 모든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정말 바른 친구이고, 너~무 바른 친구라서 '재미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난 이번 영화 찍으면서 보검 씨가 서복을 통해 보여준 낯선 눈이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했던 여러 역할들과 달리 서복을 입었을 때, 순간순간 안 보여줬던 눈빛을 보여준 적이 있다. 때문에 군대를 다녀와서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 커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에 '서복'이 미미하게나마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크다."
-사람 박보검은 어땠나.
"자기가 힘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어떤 마음인지 헤아릴 수 있어서 그것 때문에 보검 씨를 더 챙기게 되고 바라보게 되더라. 힘들면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난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안다. 어쨌든 선배이자 형이고, 내가 지나왔던 길이라는 생각이 돼서 보검 씨에게 '너무 속으로 혼자 생각하지 말고, 답답한게 있거나 투정 부리고 싶은게 있으면 표현하고 분출해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그거 얘기해도 되나? 사실 어제 연락이 왔다. 요즘에는 군대에서 일정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지도 못했는데, 영화 개봉 소식과 언론시사회를 한다는 것에 기뻐하는 내용의 연락이 왔었다. 자기도 떨린다고. 축하하고 자기가 더 떨리고 파이팅 하시라고 했다.(웃음) 현장에 보검이가 있었으면 나도 덜 떨렸을텐데 긴장을 많이 했다. '안에서도 계속 봐주고 있구나' 고마웠다."
-브로맨스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보검 씨와 한 작품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남자 후배와 단 둘이서 영화를 한 것은 처음이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들은 많고, 많은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온 작품들도 있었지만 남자 후배와 단 둘이 영화를 끌어간 적은 처음이다. 우리 둘의 조합을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더라. 그 부분이 조금이나마 관객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