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선발 투수의 계속된 호투, 승부는 세밀함에서 나뉘었다. 무사 1, 2루 번트 수비가 승부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5일 대전에서 열린 경기에서 LG가 홈 팀 한화에 8-0으로 승리,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다.
LG 이민호, 한화 닉 킹험 모두 4회까지 무실점 호투했다.
이민호는 5회 초 선두타자 라이온 힐리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고 퍼펙트 피칭이 중단됐다. 후속 이성열은 볼넷으로 내보내 흔들리는 듯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전날까지 타율 0.345를 기록한 장운호에게 희생 번트 작전을 냈다. LG도 장운호가 일찌감치 번트 자세를 취하자 이에 대비하는 수비를 가동했다.
장운호가 3루 쪽으로 번트를 대자, 홈으로 쇄도하던 LG 3루수 김민성이 공을 잡아 3루로 옮긴 오지환(유격수)에게 송구해 포스 아웃시켰다. 장운호가 번트를 잘 댔지만, 김민성의 송구와 오지환의 3루 커버가 더 돋보였다. 분위기가 한풀 꺾인 한화는 이후 후속 좌타자 정진호가 유격수 앞 병살타로 그쳐 이날 잡은 첫 득점 기회를 놓쳤다.
공교롭게도 LG도 6회 초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한석현이 안타, 후속 정주현이 번트 파울로 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안타를 때려냈다.
LG 벤치 역시 앞서 킹험에게 2타수 2안타를 뽑은 리드오프 홍창기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홍창기가 한 번트는 투수 킹험 쪽으로 굴러갔다. 킹험이 공을 잡아 다른 베이스는 늦었다고 판단해 1루 쪽을 향했으나, 공을 던질 수 없었다. 1루를 지키는 동료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격수 정은원이 3루 커버를 들어갔고, 3루수 노시환은 홍창기의 번트를 보고 홈으로 향하다가 다시 3루로 돌아갔다. 1루수 힐리는 홈으로 쇄도했다. 그리고 2루수 강경학을 1루가 아닌 2루로 달려갔다. 그래서 1루가 비었다. 이번 시즌 수베로식 수비 시프트로 화제를 몰고 온 한화였지만, 세밀함에서 작은 균열이 발생했다. 킹험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로써 LG는 한화와 달리 무사 만루 찬스 기회를 얻었다. 오지환이 1루수 앞 땅볼에 그쳐 3루 주자 한석현이 홈에서 포스 아웃됐다. 하지만 김현수가 킹험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의 대형 만루 홈런으로 연결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LG 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었다. LG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4-0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잡았고, 이후 불펜진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