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딱딱했던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In an awfully dry ceremony, Youn was a godsend).”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를 차지한 윤여정에게 바친 찬사다.
NYT는 26일(현지시간) ‘2021 오스카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안은 윤여정을 ‘최고의 수상 연설’에 꼽았다.
NYT는 먼저 지난 11일 영국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그가 “매우 고상한 체하는(a very snobbish)” 영국인들로부터 받은 상이어서 기쁘다고 말한 소감을 올시즌 최고의 연설로 짚었다. 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그와 비슷하면서도 더 코믹한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윤여정이 이날 여우조연상 시상자이자 ‘미나리’ 제작자였던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 당신은 어디 있었냐”고 농담한 것과 두 아들의 잔소리를 언급하며 “이게 다 엄마가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순간을 인용하면서다. 이어 글렌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등 객석에 있는 같은 부문 경쟁 후보들을 향해 “오늘밤은 내가 운이 더 좋았다. 어쩌면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식 환대일까?” 건넨 소감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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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윤여정, 한국 남성 중심 위계질서 투쟁해온 여성 사이 큰 반향"
NYT는 이 기사에서 올해 아카데미의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다양성을 강조하며 비백인 여성 최초 감독상을 받은 중국계 클로이자오와 윤여정 등을 되새겼다.
또 같은날 ‘오스카 수상 한참 전부터 윤여정은 한국의 마음을 얻었다’는 별도 서울발 기사를 통해 윤여정의 수상 의미와 인기 비결을 조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윤여정 님의 연기가 너무나 빛났다”며 공식 축하한 것도 언급했다. NYT는 한국에선 1957년 이후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유일한 아시아 여성이어서뿐 아니라 수상자가 ‘윤여정’이기에, 또 윤여정의 인생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맞물려 반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랫동안 한국의 남성 중심적인 위계질서 아래서 투쟁해온 여성들 사이에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이번 영화의 주제인 ‘미나리’가 어디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고, 한국영화계에 ‘미나리’ 같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윤여정이라면서 오스카를 받기 훨씬 전부터 이 “불손한 재치를 지닌 극렬하게 독립적인 여성(a fiercely independent woman with an often irreverent wit)”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았다고 전했다.
또 윤여정의 성공은 그의 외모가 평범하고 목소리가 거칠고 매력적이지 않다고 여겼던 남성 프로듀서들의 예상과 어긋났다면서 한국의 한 케이블 채널에서 윤여정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 프로듀서들은 내가 배우로 성공하면 모자를 먹겠다고 말했어요. 불행히도 그 사람들 지금 모두 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