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2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리는 LA 에인절스전을 앞두고 MLB에 콜업됐다. 등 번호 36번을 받았고, 불펜에서 대기했다.
등판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소속팀 텍사스가 4-7로 지고 있던 3회 초 2사 2·3루에서 선발 투수 조던 라일스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하며 4⅓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수비 시프트 도움을 받지 못해 실점했고, 데뷔 첫 홈런도 내줬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에인절스는 3회 초 선두 타자 저스틴 업튼과 후속 알버트 푸홀스가 백투백 홈런을 치며 라일스를 몰아붙였다. 1사 뒤 연속 안타로 만든 추가 득점 기회에서는 MLB 최고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적시타를 쳤다.
양현종은 에인절스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 첫 상대 타자는 앤서니 렌돈. 올해 연봉 2807만(한화 312억원) 달러를 받는 리그 정상급 타자다. 양현종은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보여준 뒤 시속 145.8㎞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에인절스의 상승세를 끊었다.
에인절스는 이 경기에서 일본인 빅리거 오타니 쇼헤이를 선발로 내세웠다. 양현종이 등판하며 한일전이 성사됐다. 1회만 4점을 내주며 흔들렸던 오타니는 3회 말 텍사스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양현종도 응수했다. 4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통산 311홈런을 기록한 업튼은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인지업과 포심 조합으로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MLB 개인 통산 홈런 5위(666개)에 올라 있는 '레전드' 푸홀스와의 대결에서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양현종은 5회도 삼자범퇴로 막았다. 7타자 연속 범타. 그러나 6회 초 실점을 내줬다. '이도류' 오타니를 선두 타자로 상대했는데, 3루 방면 번트 안타를 허용했다. 텍사스 내야진은 우편향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고, 오타니는 텅 빈 우측 내야에 타구를 보냈다. 양현종이 타구를 쫓았지만 송구 타이밍이 늦었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트라웃과의 첫 승부에서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다면 2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였지만, 텍사스 2루수 닉 솔락은 트라웃의 타석 때 좌측으로 이동해 수비했다. 양현종은 후속 렌돈을 뜬공 처리했지만, 윌시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타를 맞았다. 첫 실점.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서 두 번째 상대한 업튼을 삼진, 푸홀스는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위기 관리 능력을 증명했다.
7회는 지난해까지 통산 9시즌 35홈런에 그친 호세 이글레시아스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다. 그러나 다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어진 상황에서 커터 스즈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세 타자는 모두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트라웃과의 2번째 승부에서도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양현종은 8회 수비를 앞두고 구원 투수 조쉬 스보츠와 교체되며 이 경기 임무를 마쳤다. 선발 투수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최근 불펜 소모가 컸던 텍사스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줬다. 번갈아 마운드를 지키며 이뤄진 오타니와의 승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텍사스는 4-9로 에인절스에 패했지만, 양현종의 빅리그 안착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