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타자와의 맞대결. KBO리그를 평정한 투수들이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한 가지다.
빅리그 성공은 부와 명예를 보장한다. 류현진(34·토론토)는 2013년 데뷔, 어깨 수술을 받는 위기 속에서도 버텨내며 MLB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그런 그에게도 MLB 신인 시절이 있었다. 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이겨내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제는 류현진을 상대로 안타를 치는 유망주가 더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쟁하는 MLB 무대. 한 타석, 공 한 개에도 의미가 부여된다.
양현종(33·텍사스)은 27일(한국시간) LA 에일전스와의 빅리그 데뷔전에서 현역 최고 스타들을 연달아 상대했다. 마이크 트라웃과 알버트 푸홀스.
3회 초 2사 2·3루 위기에서 앤서니 렌돈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잘 넘긴 양현종은 4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푸홀스와 첫 대결에 나섰다. 개인 통산 666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양현종은 초구로 가운데 낮은 코스 시속 132.6㎞ 체인지업을 구사한 뒤 시속 130.8㎞ 슬라이더를 같은 코스에 구사, 트라웃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정타가 나왔고 가운데서 약간 우측으로 흘렀지만, 텍사스 중견수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잘 잡아냈다.
트라웃과의 첫 승부는 6회 초 1사 1루에서 펼쳐졌다. 양현종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5.6㎞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을 뿌려 빗맞은 내야 타구를 유도했다. 그러나 텍사스 내야진은 우타자 트라웃을 상대로 좌편향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뒤늦게 텍사스 2루수 닉 솔락이 잡아냈지만, 송구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내야 안타. 양현종은 이어진 위기에서 자레드 월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데뷔 첫 실점을 했다.
두 번째 승부에서는 푸홀스와 트라웃을 제압했다. 6회 이어진 위기에서 상대한 트라웃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7회 2사 1루에서 상대한 트라웃도 우익수 방면 뜬공으로 잡아냈다. 양현종은 이 경기에서 4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트라웃, 푸홀스뿐 아니라 2020 FA(자유계약선수) 야수 최대어로 에인절스에 영입된 렌돈, 왕년의 거포 저스틴 업튼에게도 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의 데뷔 시즌은 어땠을까. '슈퍼스타'로 인정받을만한 선수와의 승부는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2020년 8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이뤄졌다. 2016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서니 리조를 만났다.
김광현은 1회 말 선두 타자(1번)으로 상대한 브라이언트를 유격수 팝플라이로 잡아냈다.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우타자 기준) 낮은 코스에 떨군 뒤 몸쪽 슬라이더로 히팅 포인트를 빼앗았다. 이어진 2번 리조와의 대결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3회 초 브라이언트와의 두 번째 승부에서는 시속 146.7㎞ 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들어가며 좌전 안타를 맞았다. 후속 리조에게는 또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이어진 하비에르 바에즈와의 승부에서 3루 땅볼을 유도했다. 내야진이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윌슨 콘트레라스와의 2사 뒤 승부에서는 1루수 직선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김광현은 이 경기에서 3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좋은 기세를 다음 등판(8월 22일)인 신시내티전까지 이어갔다. 6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김광현은 이 경기에서 MLB 대표 '출루 머신' 조이 보토를 압도했다. 1회 초 1번 타자로 맞은 그를 유격수 땅볼 처리했고, 3회는 풀카운트에서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보토의 루킹 삼진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6회 세 번째 승부에서는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김광현은 2020시즌 신시내티 상대 2경기에서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올 시즌 최근 등판이었던 4월 24일 신시내티전에서도 5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첫 승 제물로 삼았다.
류현진은 2013년 4월 4일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2012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지구(내셔널리그 서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간판타자는 그해(2012시즌) 내셔널리그 타격왕(0.336)과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주전 포수 버스터 포지, 월드시리즈 MVP 파블로 산도발.
류현진은 1회 초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놓였지만, 산도발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4번 타자로 나선 포지에게 병살타(3루수-2루수-1루수)를 유도해 실점 없이 데뷔 첫 이닝을 마쳤다.
4회 초 산도발과의 두 번째 승부에서도 제압했다. 유격수 직선타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어진 포지와의 승부에서 중전 안타를 맞았다. 무사 1루에 놓인 뒤 후속 타자 헌터 펜스와 호아킨 아리아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데뷔 첫 실점을 했다. 6회 세 번째 승부에서는 산도발을 땅볼, 포지를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은 이 경기에서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안타 2개를 내준 헌터 펜스와의 천적 관계도 이 경기에서 시작됐다.
류현진도 데뷔 시즌에 에인절스(아메리칸리그 서부)를 상대했다. 2013년 5월 29일 등판.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2012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던 트라웃, 에인절스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푸홀스를 상대했다. 트라웃은 4번, 푸홀스는 3번 상대해 모두 범타 처리했다.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트라웃을 2루 땅볼 처리하며 완봉승을 완성했다.
류현진은 2013시즌 '5툴 플레이어'로 인정 받고 있던 '한국인 빅리거' 추신수(당시 신시내티)와도 3번 상대했다. 피안타 없이 볼넷 1개와 삼진 1개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최고 타자였던 보토와에게도 3번 승부해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2013년 6월 20일 나선 뉴욕 양키스전에서는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에게 홈런 1개 포함 2안타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