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떤 답들을 내놓아야 했을까. 대화를 나누러 나간 자리에서 '노코멘트'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가 있다면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 단 하나. 결론은 안하니만 못한 긁어부스럼이 됐지만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다.
최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영화 '내일의 기억(서유민 감독)' 서유민 감독이 지난 23일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시네마 지옥'에 출연해 영화와 영화 주인공 서예지를 놓고 했던 발언들이 뒤늦게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요지는 서예지를 옹호하고 김정현을 저격했다는 것. 따지고 보면 묻는 질문에 팩트만 나열한 답변들이다. 그런 질문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 이런 답도 충분히 내놓을 수 있다.
이날 정영진과 최욱은 서유민 감독을 소개하며 "서예지 사태로 영화 홍보가 비상이 돌았다, 서예지가 나올 수 없다, 그렇지만 홍보하기 힘든 상황에 홍보는 더 잘 됐다"고 영화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던 시간은 무시한 채, '내일의 기억'이 흡사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것처럼 결론 내렸다.
이에 서유민 감독은 즉각 억울함을 토로하며 "홍보가 잘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영진은 "영화 이름 하나 알리고 뉴스 하나 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서예지 사태로 기사에 실렸다"며 홍보를 '서예지의 덕'으로 몰아갔고, 서유민 감독은 되려 "이게 영화를 보는 호감도로 연결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서예지에 대한 극찬을 먼저 쏟아낸 것도 평론가들이다. 최광희 평론가는 "인성 논란 전엔 몰랐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봤다"며 "손예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놀라움을 느꼈다, 너무 예쁘더라, 흔치 않은 미모였고, 목소리는 외모와 매치가 안 됐다, 중저음인데 연기자의 목소리더라, 수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 경천동지할 놀라움이었다"고 평했다.
논란 한참 전 서예지를 직접 캐스팅하고 호흡한 서유민 감독이라고 다른 느낌을 받았을까. 서유민 감독은 "외적인 부분으로 처음에 (서예지를)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화면으로 보다가 처음 실제로 보는데 너무 아름답더라. 경천동지라는 단어가 딱 맞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서 되게 열심히 한다"고 현장에서 확인한 서예지의 모습을 전했다.
서유민 감독은 "솔직하게 예지 배우님은 정말 각본에 충실하다. 본인이 너무 연습을 했기 때문에 뭐 하나 고치는 것에 대해 주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최욱이 "(전) 남자친구의 작품은 고치라고 했는데 너무하다"고 하자 서유민 감독은 "(대본을 직접) 고치게 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고 읊조렸다. 이에 진행자는 "아, 남자배우"라고 굳이 콕 꼬집기도 했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인성을 비롯해 터지고 또 터진 논란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 서예지의 이미지 역시 회복될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한 것도 사실이지만, 김정현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서예지가 유일하게 낸 입장처럼 '하란다고 움직인 사람이 잘못'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조종설' '가스라이팅'으로 슬며시 빠져 나가려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스스로 자청한 '김딱딱'이다.
"첫 작품인데 죽어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나선 서유민 감독이 주연 배우를 뒷담화 하기 위해, 하소연 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나선 것도 아닐 터. '서예지 옹호, 김정현 저격'으로 단정짓기엔 선후 관계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1일 개봉한 '내일의 기억'은 27일까지 박스오피스 1위가 무색하게 누적관객수 16만3416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말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서예지 논란만을 이유로 들기엔 복합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감독 데뷔 신고식을 치른 감독 입장에서는 무엇이든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유민 감독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덕혜옹주' 각본을 쓰고 '극적인 하룻밤' '자전차왕 엄복동' 등을 각색하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스릴러 멜로 '내일의 기억'을 통해 첫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