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적 시장 개장을 앞둔 유럽 클럽 축구가 벌써 꿈틀대고 있다. 팀별 선수단 정비 계획에 유럽 수퍼리그 후폭풍까지 맞물리며 스타 플레이어들의 연쇄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카라바오컵(리그컵) 대회에서 준우승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는 간판 공격 듀오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동반 이적설에 휩싸였다. 특이한 점은 토트넘 팬들이 앞장서서 두 선수를 향해 “그 정도면 충분히 했다. 이젠 우승할 수 있는 강팀으로 떠나라”며 등을 떠미는 모양새다. 토트넘이 26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0-1로 패한 직후 팬 카페 게시판에 “손흥민과 케인은 토트넘에 남기엔 너무 큰 선수들이다. (우승 트로피를 위해) 둘 다 보내줘야 한다”는 글이 쏟아졌다.
토트넘 출신인 티무 타이니오 FC하카(핀란드) 감독도 두 선수의 이적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27일 영국 라디오 프로그램 토크스포츠에 출연해 “개인적으로는 두 선수가 토트넘에 남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2006~07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로는 무관이다. 2012~13시즌 토트넘 1군에 데뷔한 케인도,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도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했다. 2017년 토트넘을 떠나 맨시티에 이적한 카일 워커가 두 선수의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다. 워커는 맨시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우승 청부사’로 거듭났다. 이번 카라바오컵 우승을 포함해 5년 사이 9차례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케인을 둘러싸고는 맨시티, 파리생제르맹(PSG)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카라바오컵 준우승 직후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역부족이다. 올 시즌은 일단 현재에 집중하겠다. 이후 상황은 나도 모른다”며 여운을 남겼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재계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토트넘 구단이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부르는 게 이적의 걸림돌이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토트넘은 홈구장 신축과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1조8000억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최근 유럽 수퍼리그 참여를 선언했다가 탈퇴하면서 4000억원 안팎의 위약금도 추가로 물어야 할지 모른다. 몸값 높은 선수를 팔아 빚을 줄여야 할 처지다.
유럽 수퍼리그 출범에 동참했던 유벤투스(이탈리아)도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와 결별을 준비 중이다. 가뜩이나 417억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이 부담스러운데, 수퍼리그 참여 후폭풍에도 대비해야 할 처지다. 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와 함께 아직은 수퍼리그 참여를 고수하고 있다. 리그 출범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선수단 인건비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이탈리아 매체 투토스포르트는 27일 “최근 3경기 연속 골 침묵 중인 호날두가 올여름 유벤투스와 결별을 준비 중이다. (호날두의) 고액 연봉이 부담스러운 맨유에 비해 자금력이 충분한 PSG가 영입 경쟁에 앞서 있다”고 전했다.
맨유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베테랑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영입 쪽으로 전략을 바꾼 분위기다. 독일 스카이스포츠는 27일 “유럽 굴지의 클럽들이 레반도프스키 영입 경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물밑 경쟁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뮌헨은 “간판 골잡이를 내보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대가 제시할 조건에 관심을 보이는 눈치다. 스카이스포츠는 “이적료 기준점은 8000만 유로(1100억원)다. 바르셀로나는 공격수 앙투안 그리에즈만 등 선수를 (이적료에) 묶어 몸값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