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구 삼성전에서 KBO리그 사상 첫 포수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양의지. NC 제공 양의지(34)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포수다.
쌓아온 명성만큼 데뷔 후 이뤄온 발자취도 꽤 굵직굵직하다. 두산과 NC 소속으로 통합우승만 세 번. 포수 골든글러브(GG)는 무려 6번이나 받았다. 지난해에는 3년 연속 수상하며 역대 최고 득표율(99.4%)까지 기록했다. 2017년 두산, 지난해 NC 소속으로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KBO리그 역사상 두 팀에서 KS MVP를 받은 첫 번째 선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국제대회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올스타전 MVP, 자유계약선수(FA) 대형 계약까지 못 해 본 게 거의 없다.
29일 대구 삼성전에선 '이력'을 하나 더 추가했다.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달성했다. 2회 첫 타석 3루타, 4회 두 번째 타석 단타, 5회 세 번째 타석 홈런에 이어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추가해 KBO리그 역대 28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포수로는 역대 처음. NC 구단 역사상 3호였다. 2007년 1군 데뷔 후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4874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3루타가 8개에 불과했다. 발이 느려 웬만해선 3루타를 추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2회 삼성 우익수 구자욱의 느슨한 수비를 틈타 3루타를 만들어냈고 역대 최소 타이인 4타석 만에 '대기록'을 정복했다.
양의지는 경기 후 "3루타가 힘들어서 꿈에도 이 기록을 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생각도 안 한 기록이다.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어렵다던 사이클링 히트까지 달성한 상황. 양의지의 다음 목표는 뭘까. 그는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를 한 번 타봤으면 좋겠다. 그거 하나 남은 거 같은데 2등만 했다"고 웃었다. 양의지는 2019시즌 조쉬 린드블럼, 지난해 멜 로하스 주니어에 밀려 2년 연속 MVP 투표 2위에 머물렀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목표 중 하나다.
양의지는 올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9(73타수 24안타), 4홈런, 23타점을 기록 중이다.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력은 여전히 리그 톱이다. 사상 첫 정규시즌 MVP 수상. 지금 페이스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양의지라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