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혐의로 형사고발 된 프랑스 프로축구 트루아 공격수 석현준(30)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석환 병무청장이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석현준을 언급한 게 도화선이 됐다. 정 청장은 “석현준은 병역법상 국외 여행 허가 의무를 위반한 병역 기피자다. 2019년 6월 고발 조치했으며, 외교부에서 여권도 무효화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국가대표까지 지낸 공인으로, 석현준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조속히 귀국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게 도리”라고 당부했다.
석현준은 지난해 12월 병무청이 공개한 2019년 병역기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만 28세가 되는 2019년 4월 1일 이전에 귀국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여전히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앞서 병무청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 체류 연장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여권이 만료돼도, 당장은 취업 비자 유효기간이 남아 국가간 이동을 제외한 문제는 없다. 다만,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 국적자로는 더는 해외에 머물 수 없다. 불법체류자로 신분이 바뀐다.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정 청장 권유대로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게 첫 번째다. 2015년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활동을 중단하고 병역 의무를 마친 골퍼 배상문(35)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배상문은 만 28세를 넘기고도 귀국하지 않았다. 병무청이 고발하자 국외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패소하자마자 귀국했고, 국내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직후 현역 입대했다. 싸늘했던 여론도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발표 이후 누그러졌다.
국적을 바꾼 야구선수 백차승(41) 사례도 있다.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2000년)된 건 석현준·배상문과 비슷하다. 귀국을 거부하다 5년 뒤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2016년 국적 회복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병역 기피 목적이 명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이후 두산 2군 투수 인스트럭터로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외국인 신분이다.
어쩌면 석현준은 제3의 길을 염두에 뒀을지 모른다.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에 와일드 카드(제한 연령 초과선수,원래 24세 이상이나 올해만 25세 이상)로 출전해 입상하는 거다. 그렇게 병역 혜택을 받는 박주영(36·서울) 사례다. 박주영은 AS모나코(프랑스)에서 뛰던 2012년 모나코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 회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운좋게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았다. 현재는 이 방법이 불가능하다. 2015년 병역법 개정으로 법 위반자는 특례 혜택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석현준의 선택지는 귀국 또는 귀화다. 결정 기준은 아마도 ‘은퇴 후 삶’이 아닐까 싶다. 가족과 함께 할 미래의 터전을 어디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석현준’으로도, ‘브루스 숙(석현준 별명)’으로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