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혁은 29일까지 7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00, 피안타율이 0.212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건 타자 유형에 따른 성적 변화.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이 0.290(31타수 9안타)으로 3할에 육박한다. 그런데 왼손 타자 피안타율은 0.143(35타수 5피안타)으로 낮다. 오른손 투수의 경우 왼손 타자에 약한 게 일반적이지만 신민혁은 다르다. 그가 왼손 타자를 효율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위력은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나타났다. 이날 신민혁은 부상으로 이탈한 송명기를 대신해 선발 중책을 맡았다. 결과는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팀의 9-0 대승을 이끌며 승리 투수가 됐다. 10탈삼진은 개인 한 경기 최다(종전 5개). 이 중 무려 8개를 왼손 타자에게 빼앗았다. 결정구는 하나같이 체인지업.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땐 직구, 커브, 슬라이더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최종적으로 체인지업을 섞어 배트를 유인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4회 말 2사 1루 오재일 타석이었다. 신민혁은 2구째부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하나씩 교차해 던졌다. 결국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 6구째 시속 124㎞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자칫 뻔할 수 있는 투구 레퍼토리였다. 하지만 워낙 제구가 예리하니 알고도 배트가 헛돌았다. 이날 신민혁의 투구 수는 총 87개. 변화구가 70%인 61개. 체인지업이 37개(슬라이더 20개)로 가장 많았다. 왼손 타자를 향해 집중적으로 던졌고 그 영향으로 탈삼진이 늘었다.
지난해 신민혁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가장 자신 있는 건 체인지업이다.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초반엔 힘으로 직구를 보여주고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섞는다"고 말했다. 29일 경기가 끝난 뒤 포수 양의지는 "(신민혁의 체인지업은) 서클 체인지업인데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잘 뺏는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공이어서 편하게 던지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신민혁은 힘으로 윽박지르는 유형이 아니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꽤 위력적이다. 그 바탕엔 왼손 타자가 공략에 애를 먹는 체인지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