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는 하루 8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합니다. 계속 아래를 보면서 일하기 때문에 목디스크를 달고 살죠. 5G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이제 쾌적한 사무실에서 기사 1명이 최대 4대의 크레인을 동시에 운전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달 29일 부산 남구의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는 공룡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크레인이 쉴 틈 없이 컨테이너를 나르고 있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LG유플러스의 5G 네트워크가 적용된 207번 크레인. 집게 역할을 하는 스프레더가 지체 없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더니 터미널 하역장비인 야드트랙터 위로 옮겼다. 크레인 기사가 있어야 할 조종실은 비어있다. 크레인과 원격으로 연결된 관제실에서 직원이 게임패드처럼 생긴 장비를 조작해 크레인을 움직인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부산항만공사와 손잡고 5G 네트워크를 도입해 항만 하역장비와 물류창고 등에 이런 스마트항만 구축 사례를 확대한다고 2일 밝혔다.
컨테이너터미널에서 물류 흐름에 가장 큰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곳은 컨테이너를 쌓는 야적장이다. 항만에서는 수많은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24시간 터미널운영시스템(TOS)을 운영하고 있지만,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들은 수동으로 운영되고 있어 처리 효율이 낮다. 또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도 새로운 화물이 어떤 적재블록의 크레인에 배정될지 몰라 모든 크레인에서 인력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세계 유수의 항만들이 앞다퉈 스마트항만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5G, MEC(모바일에지컴퓨팅) 기반 글로벌 스마트·자동화항만 시장은 연평균 25% 성장해 2024년 52억7200만 달러(약 5조9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크레인 기사 추락과 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이를 막기 위한 안전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상황이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상무)은 이날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회의실에서 진행한 B2B(기업간거래) 사업 설명회에서 "2년간 2개 크레인을 자동화하는 데 약 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5G 기술을 부산을 포함한 국내 항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2026년까지 25조원에 육박할 5G B2B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스마트항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사인 서호전기의 원격제어 솔루션과 쿠오핀의초저지연 영상 송수신 기술을 도입했다.
서호전기는 크레인 하나에 카메라 15대를 장착했으며, 이 중 8대 카메라를 원격제어를 위해 사용한다. 컨테이너와 주변 사물,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레이저를 쏴 거리를 측정하는 여러 개의 라이다 센서를 달았다. 이를 통해 주행방향 40㎜, 횡행방향 30㎜의 정밀도를 보장한다.
쿠오핀은 카메라와 모니터에 독자 개발한 영상처리프로세서를 적용해 LTE 등 일반 영상 전송 환경에서 660ms인 지연속도를 104ms로 크게 낮췄다. 이 기술로 관제실 직원이 현장의 영상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