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지난달 30일 열린 두산전에서 KBO리그 데뷔 뒤 처음으로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추신수는 이전까지 주로 2번 타자(70타석)로 나섰다. 지난달 SSG 1번 타자를 맡았던 2년 차 외야수 최지훈(24)이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가 2군으로 내려간 뒤 오준혁·김강민·정진기가 대신 나섰으나,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김원형(50) 감독은 득점력 강화를 위해 '리드오프 추신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선택은 탁월했다. 추신수는 1번 타자로 처음 나선 경기에서 세 타석 모두 출루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는 두산 선발 투수 아리엘 미란다로부터 중전 안타를 쳤고, 3회는 볼넷을 얻어냈다. 선두 타자로 나선 6회도 좌전 안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열었다.
추신수는 이후 2경기(1·2일 두산전)도 1번 타자로 나섰다. 1일 열린 2차전에서는 1회 초 첫 타석에서 두산 투수 곽빈으로부터 우월 솔로 홈런을 쳤다.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1회 선두 타자 홈런을 기록했다. 5회도 볼넷을 얻어냈다. 2일 3차전 1회 첫 타석에서도 유희관에게 우전 안타를 쳤다.
SSG가 이전 3경기(4월 27~29일 KT전)에서 기록한 '1번 타자 타율'은 0.071(14타수 1안타)에 불과했다. 볼넷조차 얻어내지 못했다. 추신수는 1번 타자로 나선 3경기 모두 1회 첫 타석부터 출루했다. 이닝 첫 타자로 나선 6타석 중에서는 5번 출루했다. 타율(0.385)과 출루율(0.438)도 괜찮았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뛴 16시즌 동안 총 730경기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통산 선발 출전 경기 수(1582)의 46.1%. 이닝 선두 타자만 2049타석 소화했고, 타율 0.294·출루율 0.384를 기록했다. 개인 통산 타율(0.275)과 출루율(0.377)보다 좋은 숫자를 남겼다. 리드 오프는 추신수에게 가장 익숙한 자리다.
추신수는 4월 29일까지 나선 21경기에서 타율 0.216에 그쳤지만, 출루율은 0.359를 기록했다. 팀 타선에서 가장 많은 볼넷(13개)을 기록했다.
김원형 감독은 원래 추신수의 1번 타자 기용을 선호하지 않았다. 추신수를 중심 타선(최정·제이미 로맥·최주한) 앞에 붙여서 6번 타자 한유섬까지 이어지는 2~6번 타순의 무게감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러나 1번 타자 출루율이 너무 저조했다. 최주환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며 득점 응집력도 떨어졌다. 김원형 감독은 결국 생각을 바꿨다.
SSG는 두산 3연전에서 평균 4.67득점을 기록했다. 이전 3경기(3.33득점)보다 조금 높아졌다. 최지훈과 최주환이 1군에 복귀하면 SSG의 베스트 라인업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추신수가 1번으로 전진 배치된 것이 위력적으로 보인다. 김원형 감독도 "추신수가 1번으로 나서면 상대 배터리가 느끼는 압박이 큰 것 같다. 원래 선구안이 좋은 선수고, 안타 생산도 늘어나고 있다. 상대 팀의 경계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