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은 유재석 데뷔 30주년 특집으로 꾸며져 그의 후배, 친구, 스승이 출연했다. 그들의 얘기 속에서 유재석의 성공 비결을 엿볼 수 있었다.
유재석은 "스태프들이 많이 준비한 것 같지만 30주년이라고 해서 대단한 소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쑥쓰러움을 내비쳤다. "마음은 감사한데 이런 거 딱 질색"이라며 장난스럽게 첫 게스트를 맞이했다.
첫 번째 게스트는 남창희. 둘은 첫 만남을 회상했다. KBS에서 했던 운동 예능을 떠올리며 남창희는 유재석이 캐릭터를 만드는 타고난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100m 기록이 17초밖에 안되는데 자신에게 '스피드'라는 별명을 지어줬다며 "난 캐릭터 때문에 무작정 뛰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줬다.
남창희는 유재석의 애정이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부담스럽다고 장난스럽게 털어놨다. "주변 사람들이 안 봤으면 하는 방송도 있는데 그걸 다 챙겨보시고 전화를 주신다"는 남창희의 말에 유재석은 "어쩌다 우연히 본 것"이라며 무심한 척했지만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이 엿보였다.
두 번째 친구는 지석진이었다. '런닝맨' 12년을 비롯해 30년 친구인 둘은 스스럼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지석진은 30년 전 김용만의 집에서 유재석을 처음 봤다며 사석에서 더 없이 웃긴 친구가 카메라 앞에만 서면 진가를 발휘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유재석은 그 당시 자신을 가장 많이 챙겨준 건 박수홍이라며 "다 고맙지만 특히 수홍이 형은 힘든 시기에 나랑 고민을 가장 많이 나눈 형"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수홍이 형이 나를 방송에 꽂아주려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고 각별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를 들은 조세호는 "내 출연료가 적을 때 유재석이 자신의 몫을 떼어 주려고 했다"는 미담을 공개해 유재석을 쑥쓰럽게 했다.
지석진은 유재석이 때로는 너무 안쓰러워 보인다고 했다. 강도 높은 프로그램만을 고집하는 유재석에게 "솔직히 좀 덜 했으면 좋겠다. 운동도 피부 관리도 헤어샵에 가는 것도 다 방송 때문이다"라고 말하자 유재석은 웃음을 터뜨리며 "헤어샵은 가야하는 거 아니냐"며 지석진을 놀렸다. 이어서 "헤어샵 안 다니시는 게 방송으로 보인다"는 유재석의 말에 지석진은 민망해 했다.
장난기 섞인 농담 속에 둘은 진지함도 보였다. 지석진은 유재석에서 영상편지를 보내며 눈물을 흘렸다. 이내 민망해 하며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 운 것"이라며 유재석에게 "쉽지 않은 30년 수고했고, 고생했다. 나중에 은퇴해서 더 재밌게 놀자"면서 진한 우정을 과시했다.
마지막 친구로 예능계의 전설, 김영희 PD가 등장했다. 김영희는 MBC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 '느낌표'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다수 만든 스타 PD의 원조격 인물이다. 김영희는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저조해서 폐지 위기일 때 MBC의 최연소 국장이었다.
당시 김영희는 편성팀의 '무한도전' 폐지를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저지했다. 지하철과 달리기하고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는 등 피땀 흘리며 노력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분명 성공할 것이라 예감했기 때문. 유재석은 그 당시 김영희가 마주치기만 하면 "걱정말고 계속 하라"고 격려해 줬다며 "그래서 더 목숨걸고 열심히 했다"며 '무한도전'의 탄생 비화를 공개했다.
김영희는 유재석의 롱런 비결을 정리했다. "10년 이상 일인자를 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성실함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실함은 겸손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유재석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유퀴즈'는 유재석의 후배, 동료 그리고 스승의 얘기를 통해 유재석이란 인물을 입체적으로 잘 보여줬다. 유재석은 특별히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높은 위치에 간 것이 아니라 동료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일에 있어서 늘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