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이 무려 26년 만에 유럽대항전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썼다. 리그에서는 부진해도, 지난 5시즌 연속 컵대회 결승 무대를 밟았던 기록 역시 무너졌다.
아스널은 7일(한국시각) 새벽 열린 20/21 UEFA유로파리그(UEL) 4강 2차전 비야레알과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원정경기 2-1로 패배했지만, 원정골을 넣은 만큼 홈에서의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두 차례 슈팅이 골대에 맞는 등 불운이 있었고, 결국 0-0 무승부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오늘 경기 패배로 아스널은 UEFA챔피언스리그(UCL)도, UEL로 출전하지 못한다. 리그 9위 아스널은 당장 10위 아스톤 빌라와도 승점 1점차 밖에 나지 않는다.
추락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아스널의 최근 5시즌 리그 성적은 5위-6위-5위-8위-9위(진행 중). 최근 아스널은 리그에서 부진이 이어가도, 컵대회에서는 인상적인 기록을 쌓고 있었다. 특히 지난 5시즌 동안 컵대회 결승전에 매번 출석 도장을 찍었다. 지난 16/17시즌 FA컵(우승), 17/18 리그컵(준우승), 18/19 유로파리그(준우승), 19/20 FA컵(우승) 결승에 오르며 꾸준히 트로피를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과감한 투자 역시 멈추지 않았다. 우나이 에메리, 미켈 아르테타 감독 부임 후 투입한 이적료만 약 3200억에 달한다.
특히 에메리 감독이 첫 해 대비 아쉬웠던 성적으로 시즌 중 경질 당한 뒤 부임한 아르테타 감독에 대한 기대는 컸다. 초짜감독이긴 하나, 현 시대 최고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휘하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 아스널의 주장까지 역임했던 만큼 긍정적인 요소로 가득찼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런 기대마저 남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7일 열린 비야레알전이 끝난 뒤 현지 팬들은 차량으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출구를 막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구단 SNS 게시글엔 "우리는 런던에서 가장 작은 클럽이다", "런던에게 창피함을 느껴라", "아르테타의 프로세스는 끝났다" 등 팬들의 수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아스널의 잔여 시즌 목표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진출로 보인다. 그런데 그마저도 힘들다.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진출권인 리그 7위 리버풀과는 승점 5점차. 그런데 리버풀은 아스널보다 잔여 경기가 1경기 더 많다. 리그 9위 자리 마저 위태로운 아스널에겐 냉혹한 현실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