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가 편의점 GS25 포스터로 촉발된 '남혐(남성 혐오)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숨은 메갈(리아) 찾기' 움직임이 확산하며, 과거 홍보물 등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남혐 기업' 낙인을 초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업계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상징물 등을 수차례 점검하는 분위기다.
GS25 포스터로 촉발된 남혐 논란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고 있는 남혐 논란은 GS25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캠핑가자' 행사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포스터에 포함된 손가락과 소시지 이미지가 문제가 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해당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를 표현한 것이며, 소시지는 남성의 성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와 극단적 페미니즘을 표방했던 커뮤니티다. 포스터에 사용된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끝 글자 역시 거꾸로 배열하면 'Megal(메갈)'이 된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GS25는 곧바로 포스터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수정된 포스터 하단에 포함된 '달과 별' 모양이 서울대 내 여성주의 학회 '관악 여성주의학회' 마크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역풍을 맞았다.
논란이 커지자,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지난 4일 가맹점주 게시판에 직접 사과문을 올려 “5월 캠핑 행사 포스터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사업을 맡은 최고 책임자로서 1만5000명 가맹점주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포스터 담당 디자이너 역시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직접 사과문을 올리고 해명했다. 그는 "저도 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 워킹맘으로 남성 혐오와 거리가 아주 멀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정되는 과정에서 계속 오해를 살 수 있는 관련 표시들이 들어갔다는 입장이다.
일부 네티즌은 "워킹맘이 무슨 상관인가, 감성팔이 싫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겹쳤다" "사측과 한 치의 오차 없는 변명이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BBQ·교촌·무신사도 유탄…낙인찍기 우려 커져 남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건 비단 GS25만이 아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BBQ)는 최근 사이드 메뉴 ‘소떡’ 관련 홍보 이미지가 남성 혐오를 일으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이미지는 손으로 사이드 메뉴인 소떡의 소시지를 집는 그림으로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 커뮤니티인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이미지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BBQ는 지난 7일 “과거 제작된 홍보 이미지가 특정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이에 제너시스 BBQ 임직원 모두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사한 논란은 교촌치킨에서도 일어났다. 교촌치킨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오리지날 치킨’과 ‘레드콤보’를 두 손가락으로 잡는 홍보물이 논란을 일으켰다.
이 홍보물 역시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손가락 모양이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교촌치킨은 “단순히 치킨을 들고 있는 그림으로 어떠한 의도도 없다”면서 해당 홍보물을 삭제했다.
무신사도 지난달 26일 현대카드와 협업을 알리며 공개한 홍보용 포스터에도 논란의 손 모양이 담겼다는 주장이 나왔고,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의 홍보물에도 메갈리아의 로고인 ‘월계수 잎’이 등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밖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기업이 과거 사용했거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손가락 이미지를 공유하며 '남혐 기업' 낙인찍기에 열중하고 있다.
논란이 지속하자, 업계는 광고물 제작과 모델 기용을 재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젠더 갈등이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판매 중인 상품이나 광고 홍보물, 디자인에 문제가 되는 내용이 없는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당분간 손 이미지를 제품 홍보에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집게 모양 손가락' 이미지를 넣었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남성혐오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작은 초콜릿이나 껌 등을 표현할 때에는 당연히 손가락으로 집는 게 많지 않겠냐"며 "논란이 생길 만한 홍보물이 아닌데도 너무 질타하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