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차량 판매를 넘어 자사 고객만을 위한 '체험 행사'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입차, 연이은 로열티 마케팅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프는 지난 5일부터 강원 양양 오토 캠핑장과 송전 해변 일대에서 지프 오너를 대상으로 한 '지프 캠프 2021'을 운영하고 있다.
지프 캠프는 67년 역사를 지닌 대형 오프로드 축제다. 매년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지프 어드벤처, 지프 잼버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했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지프가 8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로드 코스가 마련됐다.
이를 위해 지프코리아는 픽업트럭인 글래디에이터를 비롯해 스포츠다목적차(SUV) 랭글러, 그랜드 체로키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을 총동원했다.
특히 올해 지프 캠프는 백사장을 달려볼 수 있는 비치 드라이빙으로 지프 차량을 체험할 기회도 마련했다. 행사 참가자에는 오프로드 체험과 더불어 1박 2일 캠핑 기회도 제공 중이다.
BMW는 고객들이 BMW 고유의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세이프티 스루’ 프로그램, 미니(MINI) JCW오너들을 위한 ‘미니 JCW오너스 트랙데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진행한 BMW 드라이빙 센터 세이프티 스루 프로그램은 BMW와 미니 고객들에게 드라이빙 센터 개관 이래 최초로 자가 차량을 이용해 트랙을 직접 주행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고려해 입장부터 퇴장까지 차에서 한번도 내리지 않고 철저히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일주일의 운영 기간 320여 대의 차량이 모든 세션을 가득 채울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달에는 미니 JCW 모델 소유 고객을 대상으로 ‘미니 JCW오너스 트랙 데이’가 진행됐다. 행사는 고객이 자신의 차량으로 트랙을 직접 주행하면서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고성능 모델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다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트랙 주행, 리버스 턴, 짐카나 등의 드라이빙 프로그램, 그리고 차량 특성에 맞는 주행 스킬과 간단한 정비를 배울 수 있는 JCW 미캐닉 클래스를 비롯한 여러 사이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오전과 오후 각 20팀씩 총 40개팀 동반 1인 포함 80여 명의 고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볼보는 오너 가족을 대상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체험 행사 '2021 언택트 헤이, 파밀리'를 준비하고 있다.
헤이, 파밀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스웨디시 라이프를 제안하기 위해 2018년부터 이어온 볼보의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이다.
모든 참가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지난해부터는 참가자들이 개별 일정을 즐기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의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선별된 영월(비브릿지), 강릉(씨마크호텔), 경주(SG 빌라앤호텔), 태안(스테이21) 등 4개 지역의 독채 풀빌라 또는 호텔에서 1박 2일로 진행된다.
지난 5일까지 볼보 고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으며, 조만간 추첨으로 총 200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참가자는 다양한 가족 구성원에게 맞는 숙소를 선택할 수 있다. 장소에 따라 모닥불 체험, 히노끼 스파, 야외 바비큐, 인피니티 풀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국산차도 고객 체험 마케팅 늘려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오너만을 위한 다양한 체험 행사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GV80와 G80의 제네시스 멤버십 오너에게 신라호텔, 워커힐 등 프리미엄 호텔 멤버십뿐만 아니라 더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가령 10곳의 프리미엄 호텔 멤버십은 물론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의 멤버십,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 코스요리를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CGV 씨네드쉐프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도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의 경험적 가치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는 상품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8년부터 자사 고객만을 위한 캠핑장(캠핑빌리지)을 운영 중이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 위치한 약 1만5000㎡ 면적의 이 캠핑장에는 총 50개의 캠핑 사이트가 마련돼 있다.
사이트별 면적을 기존 캠핑장보다 1.5~2배가량 여유 있게 배정한 것이 장점이다. 전기와 급수, 샤워시설, 매점 등도 완비돼 있다.
캠핑빌리지 중앙에는 쌍용패밀리데이(SFD)를 비롯한 행사 시에 오락 및 먹거리를 제공하거나 캠퍼들이 한자리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공연장도 마련했다.
쌍용차 보유 고객만 이용이 가능하며, 사이트 예약률은 매주 100%에 가깝다.
쌍용차는 경영이 악화한 올해도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을 SFD로 지정해 색다른 테마의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자동차 업계가 앞다퉈 고객 체험 행사를 늘리는 이유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자동차 시장 특성상 적극적인 체험 마케팅이 아니면 다른 브랜드의 고객을 끌어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충성도를 높이면 자동차 고장 때 인내·관용 한도가 올라갈 수 있으며, 재구매와 자발적인 추천 활동 등 중요한 고객 활동으로 이어지는 열쇠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체험 마케팅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며 "과거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국한된 시승행사가 전부였다면, 이젠 일상 속으로 체험 마케팅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라며 “체험 마케팅은 브랜드에 대한 재구매를 유도하고 가족들까지 '가망고객'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