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취임한 허문회 감독이 성민규 롯데 단장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감독을 새롭게 선임한 롯데의 결정은 '책임 야구'의 출발 선언이다.
롯데는 11일 허문회 감독을 경질했다. 대개 성직 부진 속에 사령탑이 지휘봉을 물러나면 '자진 사퇴'로 포장하고 덮는다. 롯데 양상문, 한화 한용덕, 키움 손혁 감독 등이 그렇게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났다.
롯데는 이번에 '경질'이라는 표현을 하진 않았을 뿐 사실상 감독석에서 끌어내렸다. 구단도 사실상 경질임을 인정한다. 이렇게 롯데 자이언츠 19대 허문회 감독은 3년 계약의 약 절반만 채우고 팀을 떠났다.
허문회 감독의 퇴진에 있어 롯데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제리 로이스터 이후 6명의 감독이 연속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감독 선임 과정이나 프런트의 지원에서 문제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허문회 감독은 인선할 때 감독 후보자 인터뷰까지 거쳤다. 직접 허 감독 선임을 진두지휘한 성민규 단장은 "최고의 감독을 모셔왔다"라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나타냈다. 하지만 구단과 허문회 감독의 '허니문'은 너무나도 짧았고, 감독과 단장 간 불협화음이 줄곧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는 모든 비난의 화살이 허문회 감독에게 향했다. 전력 대비 팀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표현도 미흡했다. 구단은 허문회 감독의 뒤에 숨어 있었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구단 관계자는 "허문회 감독을 경질한 건 구단도 앞으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라고 했다.
구단은 "허문회 감독과의 방향성의 차이"라고 교체 배경을 밝혔지만, 결국 허 감독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올 시즌 팀 성적이나 앞으로의 미래도 밝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허 감독의 잔여 임기가 꽤 남은 가운데 조금 이른 시점에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성적도 안 좋은데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건 어쨌든 바람직한 모양새가 아니다. 래리 서튼 신임 롯데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은 11일 사직 SSG전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 롯데는 퓨처스팀을 이끌던 서튼을 1군 감독으로 내부 승격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대개 감독이 시즌 도중에 물러나면 대행 체제로 유지한다. 2군 감독이 팀을 맡을 뿐 아니라 다음 시즌까지 임기를 보장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구단 관계자는 "서튼 감독이 퓨처스 감독 계약을 할 때 2022년까지 총 3년 계약을 했다. 2019년 가을 사령탑 후보 중 한 명이었고, 한 시즌 반 동안 2군을 이끌면서 검증도 마쳤다"라고 했다. 이어 "당시에도 구단의 육성 철학과 부합했으나 KBO리그에서 지도자 경험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2군 감독 계약을 했다"라고 했다.
구단 관계자는 "서튼 감독을 영입하면서 이제라도 성적이나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구단이 책임지겠다는 자세"라고 했다. 물론 그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다. 팀 연봉은 높은데 성적도 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 성적으로 좋은 유망주를 뽑았는데, 기대처럼 육성이 순조롭게 이뤄지지도 않았다.
롯데는 감독 교체 사실을 발표하며 "향후 팬들의 바람과 우려를 더욱 진지하게 경청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다. 실패가 반복되면 더 큰 비난을 피할 방도가 없다. KBO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정상에 서지 못한 롯데를 더욱 더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