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32)의 타격감이 폭발적이다.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로 손꼽히는 에릭 테임즈(전 NC)보다 더 빠르게 KBO리그에 안착했다.
피렐라는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원정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370(138타수 51안타)까지 끌어올렸다. 리그 최다안타 1위, 홈런 공동 1위(11개), 타점 6위(31개).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최상위권이다. 피출루율(0.417)과 피장타율(0.674)을 합한 피OPS도 1.091로 양의지(NC 1.094)에 이은 리그 전체 2위다.
흠잡을 곳이 없다. 무엇보다 꾸준하다. 피렐라는 시즌 34경기 중 27경기(79.4%)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멀티히트 18회(52.9%), 3안타 이상을 몰아친 것도 벌써 여섯 번이나 된다. 두 경기 이상 무안타로 침묵한 건 개막 초반이던 4월 8일~9일 딱 한 번뿐이다. 슬럼프가 길지 않으니 성적이 유지된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415(41타수 17안타)로 시즌 타율보다 더 높다.
피렐라의 초반 성적은 '역대급'이다. KBO리그를 처음 겪는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적응기를 거친다. 삼성의 효자 외국인 타자로 활약(2017~19)했던 다린 러프는 첫 시즌 2군에 다녀온 뒤에야 타격감이 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피렐라는 이 과정을 생략했다. 34경기 기준으로는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야마이코 나바로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뛴 나바로의 첫 시즌 34경기 성적은 타율 0.307, 6홈런, 22타점. 타율, 홈런, 타점 모두 피렐라가 압도한다. 나바로는 첫해 타율 0.308, 31홈런, 98타점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피렐라는 테임즈마저 넘었다. 2014년부터 3년간 NC에서 활약한 테임즈는 연평균 41홈런을 때려낸 '괴물 타자'다. 첫 시즌 34경기 성적은 타율 0.298, 7홈런, 21타점으로 나바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건 피렐라보다 15경기 더 소화한 시즌 45번째 경기였다. 테임즈는 2014시즌 중후반 페이스를 끌어올려 타율 0.343, 37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2014년보다 팀당 16경기를 더 치르는 2021시즌 피렐라가 보여줄 성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지난달 13일 대구 한화전에 앞서 피렐라에 대해 "지금은 (장·단점을) 평가하긴 어렵다. 시즌 30경기 정도를 해보면 대략 어느 정도(실력)인지 윤곽이 나온다. 생소한 투수를 많이 만나고 투수마다 타이밍을 어떻게 잡을지 다 다르다. 외국인 타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