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차세대 에너지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저마다 ‘수소 경제’ 실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와는 달리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수소 경제에 특별한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에서 정유·화학 계열인 GS칼텍스의 매출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정유·화학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로 인해 GS는 이사회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GS그룹 각 계열사의 최고환경책임자(CGO)로 구성된 친환경협의체를 출범하기도 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와 전기가 친환경 에너지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화학뿐 아니라 정유업체들도 앞다퉈 수소 분야에서 미래 산업을 물색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쟁사인 현대오일뱅크는 미국 수소기업 에어프로덕츠와 손을 잡았다. 원유 부산물과 직도입 천연가스로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과 SK E&S에서 나오는 수소를 액화수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S-OIL은 연료전지 기반 청정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에프씨아이 지분 20%를 인수하는 등 수소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GS칼텍스는 특별한 수소산업 계획이 없다. 현대차와 수소충전소 구축에 협력을 한다는 것 외에 직접적인 수소 관련 사업에 대한 움직임이 없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제2공장에 2조7000억원을 들여 올레핀생산시설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GS칼텍스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유분인 에틸렌을 연간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의 생산이 가능한 시설이다. 에틸렌의 생산 확대로 정유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구상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허태수 회장은 신년사에서 “핵심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다양한 분야로 신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GS와 GS칼텍스의 신사업에는 수소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룹에서 수소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건 특별히 없다. 벤처 발굴과 오픈이노베이션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조 등 친환경이 강조되면서 에너지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지만 GS는 수소 사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GS칼텍스의 경우 해외의 매출 비중이 크다. 여전히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석유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GS그룹은 지난해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 ‘GS퓨처스’를 설립했다. 벤처 투자로 미래 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GS는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더 지에스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더 지에스 챌린지에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6개사를 선정하고 스타트업 캠프를 개최했다. 허태수 회장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와 고객의 요구다. 기존 사업의 에너지 절감 및 효율화와 함께 신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