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 쿠팡 제공 쿠팡 주가가 연일 내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약 5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지만,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쿠팡 주식을 대거 사들인 '서학개미'들은 더 커진 영업적자 규모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쿠팡은 13일(한국시간)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은 올 1분기 매출액 42억 달러(약 4조7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24억 달러)보다 74% 늘어난 수치다. 쿠팡은 2018년 기록한 연간 매출액 40억 달러(4조5000억원)를 한 분기 만에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매출 못지않게 영업손실도 치솟았다. 1분기 영업손실이 2억9500만 달러(약 33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1억500만 달러)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쿠팡은 적자 규모 확대 배경으로 상장에 따른 일회성 주식 보상 비용 8700만 달러(약 979억원)와 투자 및 고용 증가 등에 따른 일반 관리비 증가를 들었다.
쿠팡은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풀필먼트 센터 확장, 기술 인프라 및 인력 확대 투자와 함께 IPO(기업공개) 관련 비용 등으로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주가는 시종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 주가는 전장보다 2.54% 하락해 35.33달러에 마감됐다.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장중 한때 35달러 선도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실적 발표 뒤에는 국내 온라인 카페 등에 쿠팡의 주가를 우려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쿠팡 주식 근황'이라는 제목을 달고 쿠팡 주가 변화 차트를 게시했다.
게시물 밑에는 '진짜 사악한 차트다. 이제 저걸(주가) 누가 올리냐. 쿠팡은 맨날 적자인데' '내실이 없어 불안하다. 모래 위에 지은 집' '쿠팡 물류·쿠팡이츠·쿠팡플렉스를 해보고 외형만 불린 걸 알았다' 등의 댓글이 빼곡하게 달렸다.
그중에는 김범석 쿠팡 의장이 상장 뒤 얼마 지나지 않아 120만주(약 475억원)를 매도한 사실을 꼬집는 내용도 있었다.
이날 뉴욕증시는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일제히 하락했다. 쿠팡도 1분기 실적을 장 마감 후 발표했다. 하지만 3월 상장 이후 한때 최고 69달러 선을 기록했던 쿠팡 주가가 '반 토막' 난 배경에는 외부 악재 보다 내용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학개미들의 우려와 달리 쿠팡은 1분기 활성화 고객이 1600만명이었다는 점에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해(1327만명)보다 21% 늘어난 수치라는 것이다. 활성화 고객은 일정 기간에 1회 이상 쿠팡에서 구매한 고객을 뜻한다. 이번 분기 활성화 고객 1인당 구매액은 262달러(약 29만원)였다.
쿠팡은 "활성화 고객이 늘었다는 건 앞으로 매출액은 물론이고 쿠팡 네트워크, 브랜드 인지도 등이 더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