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프링캠프 당시 1, 2군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최신형 태블릿 PC 120대를 지급한 NC. NC는 데이터 야구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강조하며 2020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만큼 프로야구에선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NC 제공 올 시즌 뒤 KBO리그에 '데이터 전쟁'이 벌어진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KBO는 현재 통합 데이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KBO가 10개 구단 동의를 얻어 업체 한 곳을 데이터 메인 사업자로 선정하고 그 회사 데이터를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받는 방법이다. 현재 구단마다 사용하는 데이터 업체가 다른데 이걸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의미다.
KBO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를) 통합한다는 건 맞다. 일부 다른 구단은 백업 차원에서 다른 업체를 쓸 수 있지만 메인으로 어떤 걸 사용할 건지 결정하는 차원"이라며 "데이터는 계속 변하고 있다. (트래킹 시스템 자체가) PTS에서 트랙맨, 트랙맨에서 호크아이로 옮겨 가고 있는데 구단마다 생각이 다 다르다. 구단들이 모여서 결정하고 필요하다면 비딩(입찰 경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통합의 가장 큰 효과는 '금액 절감'이다. 개별 계약을 할 때보다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KBO리그 9개 구단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트랙맨(Trackman)은 연간 사용료가 1억원 이상이다. PTS(Pitch Tracking System)는 2000~3000만원 수준. 아직 국내 도입이 되지 않은 호크아이(Hawk-Eye)는 연간 사용료가 4~5억원을 넘길 거라는 얘기가 시장에 돈다. 트랙맨과 PTS를 함께 사용하는 구단도 있고 만약 호크아이까지 도입하면 더 큰 출혈이 불가피하다. A 구단 전력 분석 관계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촌평했다. B 구단 단장은 "개인적으로는 (데이터 통합을) 찬성한다. 금액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 통합의 '뜨거운 감자'는 호크아이다. 레이더를 사용하는 트랙맨과 달리 호크아이는 광학카메라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 메이저리그(MLB) 트래킹 시스템 시장에서 트랙맨을 밀어내 국내 구단의 관심이 높다. 트랙맨이 고가임에도 국내 구단이 사용했던 가장 큰 이유가 'MLB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는데 이게 호크아이로 옮겨갔다. 통합 데이터를 추진하면서 국내 도입이 가능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눈이 꽤 많다. 물론 호크아이 시스템 매입가 역시 꽤 높다는게 야구인들의 전언이다.
한화이글스의 2021스프링캠프 훈련이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됐다. 로사도 코치가 외야에서 캐치볼을 하던 장민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거제에서의 2주간의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대전으로 이동, 16일부터 2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대전=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2.16/ 넘어야 할 산도 많다. C 구단 단장은 "(업체와) 3년 정도의 장기계약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따라가는데 (트렌드가 계속 바뀌면) 장기계약은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미미할 거라는 의견도 있다. KBO는 통합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이를 숙원 사원인 KBO닷컴의 주요 콘텐트로 이용할 계획까지 구상하고 있다. MLB닷컴처럼 주요 세부 기록을 일반 팬들에게 모두 공개하는 방법이다. C 구단 단장은 "오픈 소스로 데이터를 사용하면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1억5000만원 정도 하던 게 1억원으로 내려가면 모를까 2억원 이상까지 올라간다면 '돈을 더 쓰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구단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다. 데이터 업체와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해당 업체의 장·단점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건이다. D 구단 데이터 전문가는 "PTS가 데이터 통계 쪽에선 탄탄한 편인데 익스텐션(투구판부터 공을 릴리스하는 지점까지 거리)을 비롯한 몇몇 데이터에서 약점이 있다. 트랙맨은 마이너리그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도 호크아이로 바뀐다는 얘기가 있어서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크아이는 일본 대기업 소니에서 운영하지만,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 구단에서도 아직 호크아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원활하게 도입될 수 있을지도 물음표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단계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몇몇 단장들은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구단 내 팀장급들이 주축이 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KBO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데이터 관련 전체 업체가 후보다.
한 데이터 업체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관련 이야기가 나오긴 했는데 아직 KBO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진 못했다"며 "나라장터에 입찰이 올라오면 60일 정도 관련 내용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