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1회 솔로 홈런을 쳤다. 그가 받아친 공은 롯데 선발 앤더슨 프랑코의 강속구였다. 그것도 시속 157㎞의 빠른 직구를 받아쳐 만든 홈런이다. 몸쪽 약간 낮은 코스에 들어온 직구에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시원하게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타구 속도 161.5㎞, 발사각은 25.6도였다. 지난 5일 NC전부터 11일 롯데전까지 6경기 동안 안타가 없어 2할 타율 붕괴 위협 직전까지 몰렸던 추신수는 이 홈런으로 슬럼프 탈출을 알렸다.
추신수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 들어오자 동료들은 '이 공이 딱 맞네"라고 했다. 동료들의 이 한 마디는 그가 빠른 공에 얼마나 강한지 의미한다.
추신수도 경기 뒤 "미국에서도 항상 빠른 공에 자신 있었다"라고 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그는 시즌 전체 타율보다 빠른 공을 공략해 올린 타율이 훨씬 높았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 기간 추신수는 타율 0.275를 기록했다. 반면 패스트볼 계열(포심, 투심, 컷패스트볼, 싱커) 타율은 0.316으로 훨씬 높았다. 전체 홈런의 73%도 패스트볼을 공략해 뽑았다. 변화구에 대한 약점이 있었지만, 강속구에 대한 대처로 이를 만회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른 공 대처가 중요하다. 강정호는 빠른 공을 잘 공략했고, 빅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김하성(샌디에이고)은 그렇지 못하다.
16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KBO리그에 입성한 추신수는 시즌 초반 예상과 달리 고전하고 있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포함한 훈련량 부족도 원인으로 손꼽히나, KBO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MLB와 KBO리그는 '속도 차'가 있다. 2020년 기준으로 KBO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속도는 시속 142.4㎞(스포츠투아이 기준), MLB는 시속 149.8㎞(스탯캐스트 기준)였다. 20년 동안 미국에서 상대한 빠른 공과 구속 차이가 컸다.
추신수는 빠른공 공략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추신수의 5호(삼성 김윤수, 149㎞ 직구), 6호(두산 곽빈, 145㎞ 직구), 7호(롯데 프랑코, 157㎞) 홈런은 상대 투수의 직구를 받아쳐 넘긴 것이다. 그의 홈런이 낮게 빠르게 담장을 넘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신수는 12일 홈런에 대해 "최근 내 타격감이 좋지 않아 상대가 직구 승부를 걸어올 것으로 여겼다"라고 말했다.
강속구 투수가 각광받는 것도 그만큼 타자와의 승부에서 빠른 공으로 내세워 윽박지르거나 타이밍을 뺏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강속구가 몸쪽으로 향하면 움찔하거나 놀라는 타자도 있다.
추신수는 KBO리그에서도 빠른 공에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추신수는 시속 145㎞ 이상 패스트볼에 타율 0.346을 기록하고 있다. 총 26타수 9안타로 표본은 많지 않다. 하지만 145㎞ 미만 패스트볼에 대한 타율 0.244보다 훨씬 높다. 장타율은 시속 150㎞ 이상 패스트볼을 상대로 0.833으로 가장 높고, 145㎞~149.9㎞에서 0.700을 기록하고 있다. 145㎞ 미만 패스트볼에는 장타율이 0.317로 시즌 평균(0.421)보다 훨씬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