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3루수 놀란 아레나도(30)가 새 구장에서 연일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아레나도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 등판해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아레나도는 이 날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벌써 시즌 9호포다. 시즌 성적도 타율 0.300, 출루율 0.353, 장타율 0.563, OPS 0.916까지 올라갔다. 물론 콜로라도 시절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한 성적이다. 콜로라도 시절 OPS는 0.962, 홈런은 42개까지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홈구장이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고지에 위치해 '홈런 친화 구장'으로 유명했던 쿠어스필드에서 뛴 탓에 아레나도는 오랜 기간 저평가에 시달려왔다. 특유의 홈, 원정 성적 편차가 저평가에 힘을 더했다.
콜로라도 시절 아레나도의 홈 OPS는 0.985에 달했지만, 원정 OPS가 통산 0.793에 불과했다. 구장 간 편차를 조정한 wRC+(조정 득점 생산력)도 원정에서 평균인 100을 조금 상회하는 108에 불과했다. 자연히 홈구장 쿠어스필드의 이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그를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설령 그가 이적한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타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선입견과 달리 콜로라도에서 이적하는 이른바 ‘하산 효과’는 단편적으로 예측하기 힘들다. 홈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만 원정에서 타구에 적응하기 힘들어 손해를 본다는 가설도 있다. 단순히 파크팩터를 고려해 조정하는 것으로는 이적 후 미래 성적을 예측하기 힘들다. 부상을 안고 토론토로 이적해 실패한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와 같은 사례도 있지만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콜로라도에서 호성적을 거뒀던 타자 상당수가 이적 후에도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뉴욕 양키스의 첨병 역할을 수행 중인 D.J. 르메이휴가 대표적이다. 콜로라도 시절 타격왕에 오른 바 있지만 2019년 이적 후 타격 성적을 오히려 끌어올려 지난해 아메리칸 리그 MVP 투표 3위에 올랐다. 강한 타구 생산능력을 주목한 양키스의 평가가 적중했다.
2004년 콜로라도에서 데뷔해 2009년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했던 맷 홀리데이 역시 활약을 이어갔다. 콜로라도에서 기록한 25개 전후의 홈런과 wRC+ 140 내외의 성적을 세인트루이스에서도 수년 넘게 유지하며 2010년대 세인트루이스의 중심타자 역할을 완수했다.
일단 아레나도의 초반 페이스는 선배들의 성공 사례와 가까워 보인다. 전성기와 비교해 OPS가 0.05 정도 하락했다고 해도 조정 성적은 오히려 커리어 하이에 가깝다. 콜로라도 시절 아레나도의 wRC+는 121에서 133 사이를 오갔다. 홈구장에서의 호성적이 오히려 조정 성적을 낮췄다.
반면 올 시즌 wRC+는 이날 경기 후 142까지 상승했다. fWAR(팬그래프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1.7로 내셔널 리그 공동 5위까지 올라섰다. 시즌 추이에 따라서는 MVP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콜로라도 시절 2015년부터 5년 연속 MVP 투표에 이름을 올렸던 아레나도는 17년 4위, 18년 3위가 최고 기록이다.
아레나도는 올 시즌과 다음 시즌 종료 후 한 번씩 옵트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 올 시즌 종료 후에도 6년 1억7900만 달러의 거대 계약이 남아있지만, MVP급 시즌으로 마감한다면 충분히 이적도 고려할 수 있다. 계약 첫 2년 동안 전 소속팀 콜로라도에게 연봉을 보조받는 세인트루이스에도 아레나도가 이적한다면 부담을 덜 수 있어 나쁘지 않다.
콜로라도 시절 데릭 지터를 선망하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낸 아레나도가 더 강한 팀을 찾아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산 후 성적을 입증한다면 우승을 노리는 주요 강호팀에 공수가 완벽한 아레나도는 매력적인 카드다.
전 팀 동료이자 트레이드 시장 및 FA 최대어로 분류되는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에게도 아레나도의 활약은 반가운 소식이다. 홈 OPS 0.982에 이르는 스토리 역시 콜로라도 시절 아레나도처럼 원정 성적(OPS 0.762)이 큰 편차를 기록 중이다. 아레나도의 클래스 입증 여부가 향후 내야수 이적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