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연습경기가 1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됐다. 1회초 2사 최정이 삼진을 당한 후 주심에게 억울해하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3.11/
2021년 KBO리그는 볼넷이 지배하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팀당 9이닝당 평균 볼넷(BB/9)이 4.58개에 이으렀다. 전년 대비 0.84개나 늘어났다. BB/9가 4개를 넘는 건 2009년(4.09개) 이후 12년 만이다. 한 경기에서 10개 가까운 볼넷이 쏟아진다는 의미다. 현장에선 "볼넷에 웃고 볼넷에 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KBO리그에서는 역대급 '볼넷 인플레이션'이 펼쳐지고 있다. 그 이유를 2회에 걸쳐 진단했다.
올 시즌 볼넷이 많이 증가한 이유로 심판 판정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개막 후 지난달 30일까지 투구 데이터(PTS 투구 데이터 크롤링)를 종합해보면 올 시즌 심판의 판정 정확도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고, 아닌 걸 볼로 판정하는 게 '정심'이라면 2021시즌 판정 정확도는 84.7%다. 지난 시즌(85.1%)보다 0.4%p가 낮지만 최근 5년 평균인 84.1%를 상회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86.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까진 아니다.
문제는 섀도 존(Shadow Zone)이다. 섀도 존은 스트라이크존 경계선 근처를 가리키는 말로 심판, 포수 프레이밍(포구 기술) 등에 따라 판정이 뒤바뀔 수 있는 곳이다. 섀도 존 판정에 따라 투수와 타자의 희비가 엇갈리는데 그 비율이 전체의 약 15% 정도로 추정된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꽂히는 투구에 대한 오심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판정 논란은 섀도 존에서 이뤄진다. 최근 KBO리그는 섀도 존 판정이 타자에 유리하다. 데이터가 말해준다. 최근 5년 동안 정심을 받지 않았던 공 중 63.8%가 타자, 36.2%가 투수에 유리했다. 무려 27.6%p 차이가 난다.
그런데 편차는 올해 더 벌어졌다. 타자가 86.2%에서 유리한 판정을 받았고, 투수는 13.8%에 불과했다. 변화구로 구분할 경우 10번 중 9번(89.3%) 타자가 이득을 봤다. 투수들의 변화구 사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KBO리그가 추구하는 일관성이 심판을 얼어붙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KBO리그는 심판의 고과를 산정할 때 일관성 항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지나치게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특정 코스를 모두 스트라이크로 잡아주고 그게 아니면 모두 볼로 판정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현재 KBO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과 섀도 존 상·하단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이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선 3.8%p, 섀도 존 상단과 하단에선 각각 1.7%p와 0.7%p 감소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낮은 코스. KBO리그 투수들은 전통적으로 하이 볼이 아닌 낮은 쪽 코스를 향하는 빠른 공이 주 무기다. 그런데 올 시즌 섀도 존 하단에 꽂힌 직구의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이 지난해보다 1.5%p 떨어졌다. 투수들의 주 무기가 봉쇄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관성이라는 족쇄가 심판 판정을 보수적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관성을 무리하게 추구하다가 가장 중요한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
현장에선 심판 판정에 대한 볼멘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A 구단 투수코치는 늘어난 볼넷의 원인으로 "현재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이 과거보다 타이트하다. 과거 스트라이크로 콜 되던 게 볼로 판정되면서 승부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 볼넷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B 구단 투수코치도 "스트라이크 존이 좁고 다양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심판들의 부담감이 커지면서 스트라이크 존이 더 좁아진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KBO리그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 부분 판정 비율이 60%대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코스에 인색하다. 낮은 스트라이크 존 투구에 대해서도 MLB에 비하면 좁다. 볼넷이 속출하는 이유를 투수가 아닌 심판 시점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