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정희가 돌아왔다. 무려 3년 5개월만. 긴 공백기를 털고 꺼낸 음악은 자작곡 '낫포세일'(Not4$ale)이다. 흔한 사랑 이야기는 담지 않았다. 자전적인 고백과 자신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통해 대중과 소통을 시작했다. 데뷔곡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로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드러냈던 초심과도 이어진다. 임정희는 "여전히 음악을 더 잘하고 싶다. '덕업일치'란 인생의 목표를 이뤄가겠다"며 활동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3년 5개월만 컴백한 소감은.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다. 공백기 동안에도 좋은 음악과 기회가 있으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지나쳐버린 시간은 아니라 생각한다. 길었지만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어떤 음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나 혼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공백의 이유가 있었나.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감사하게도 좋은 프로듀서분들의 노래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내 이야기, 내가 직접 쓴 이야기, 내 감정들을 곡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공부도 하고 있었다. 학생들도 가르치면서 대학원에서 음악공부도 하는 중이다."
-자작곡을 전면에 꺼내는 부담감도 있는지. "수록곡을 쓴 적은 있지만, 타이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자작곡은 처음이다. 또 전 과정을 전체적으로 이끌어나갔기에 실수가 없는지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정을 즐겼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낫포세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올 1월에 한 달간 작업실에서 작업했다. 용기가 없어서 묻어줬던 곡을 작년부터 꺼내서 고민하고 들어보고 하면서 '낫포세일'도 꺼냈다. 이 노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 곡을 많이 쌓아놨다."
-곡 소개를 한다면. "내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다란 생각을 하다가 가구조립을 하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나는 설명서를 안 보고 막 시작하다가 막히면 설명서를 보는 스타일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막 가다가 때론 지치고 막막하고 막힐 때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란 매뉴얼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중적이고 세계적일 수 있단 말이 있지 않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더불어 나도 위로받고 싶고 다시 나를 북돋을 수 있는 곡을 만들었다. 어디선가 만들어진 기준에 의해 가치가 매겨지고 꼬리표가 붙여지는 상황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경고 혹은 서로 응원하는 의미 등등 여러 가지를 담았다."
-뮤직비디오와 티저에 전작들이 나오는데 어떤 의미로 숨겨뒀나. "처음엔 임정희가 아니라 다른 어떤 자아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였음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겠더라. 가수 임정희의 스토리를 살짝 숨기듯 담아낸 뮤직비디오다."
-데뷔 때 생각도 났을텐데.
"JYP 시절이 생생히 기억난다. 방시혁 오빠 부모님이 함께 사는 집이었다. 박진영 오빠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 왜 거기서 만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연습을 많이 해서 목이 많이 쉰 상태였다.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노래를 들으면서 '방시혁, 박진영 옆에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지' 하는 원대한 꿈을 꿀 때다. 지금 내가 얼마나 그 꿈을 이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작점은 굉장히 좋았고,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된 것 같다. 둘에게 배운 점이 많다. 곡 쓰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역주행 바람이 불고 있는데 사람들이 다시 들어줬으면 하는 곡을 꼽는다면. "싸이월드 BGM으로도 많이 사랑받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가 역주행 되면 좋겠다. 지금 듣기도 좋을 것 같다. 그땐 정말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자체였다. 7년간 연습하면서 주변 친구들은 데뷔하는데 나에겐 언제 기회가 주어질까 고민이 컸다. 음악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심정으로 불렀다."
-지금은 god 김태우와 함께하고 있다. "이 회사에 합류할 수 있게 제안을 해줬다. 나름 20년지기다. 서로 각자 생활하면서 초창기 JYP 때처럼 자주 만나진 않지만 가끔 안부를 묻곤 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많아서 음악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김태우 프로듀서는 긍정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최선보다 최악을 대비하는 부정적 면이 있다. 그럴때마다 옆에서 '할 수 있다' '너무 좋다'고 힘을 줬다."
-목표가 있다면. "뚜렷하게 설정해 놓은 건 없는데 '음악 잘하는 임정희', '노래를 믿고 듣는다'란 말을 듣고 싶다. 음악적으로 공백이 있었기에 옛날에도 노래 잘했지만 요즘 하는 음악도 좋더란 말을 듣고 싶다. 솔직히 '가창력 여제' '디바'란 수식어가 참 좋고 감사하다. 그런 기대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인 셈이다. 꾸준히 음악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17년차고, 4년 정도 있으면 20주년인데 해가 갈수록 감사하다. '덕업일치'란 꿈이 있었다. 음악의 팬으로서 그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인데 앞으로도 이런 균형감을 잘 맞춰가며 살고 싶다. 취미가 일이 되면 보통 싫다고 하는데 나는 꾸준히 활동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아주 즐겁고 성공적이진 않다고 하더라도내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