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텍사스)이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패전을 기록했다. 그러나 MLB 최강 팀을 상대로 최고의 기억을 남겼다.
양현종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 3피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38을 유지했다. 팀이 0-2로 뒤진 6회 1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텍사스가 그대로 져 패전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빅리그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 수(74개)를 기록했다. MLB 신인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그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지 않았다. 선발 등판의 추가 기회를 얻을 만한 실력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상대가 너무 강했다. 사이영상을 2회 수상한 양키스 선발 코리 클루버는 9이닝 동안 총 101개의 공을 던지며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데뷔 첫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볼넷 1개가 유일한 출루 허용이었다. 양현종에게 득점 지원이 있었다면, 그가 더 힘을 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텍사스는 올 시즌에만 벌써 두 번째 노히트 노런을 당했다.
이날 양키스는 좌타자 피안타율(0.133)보다 우타자 피안타율(0.239)이 더 높은 양현종을 맞아 브렛 가드너를 제외한 8명을 모두 우타자로 배치했다. 빅리그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양현종은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장타자'가 즐비한 양키스 타선을 5회까지 잘 묶었다. 1회와 2회, 5회 선두 타자를 볼넷과 안타 등으로 출루시켰으나, 무사 1루에서 병살타로 처리했다.
이때 양현종의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직구에 이어 두 번째로 구사 비율이 높은 양현종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1할대에 불과하다. 양현종은 5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씩 웃었다. 선발 투수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구위는 충분했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6회 선두타자 볼넷 출루가 화근이었다. 무사 1루에서 타일러 웨이드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선제 1타점 3루타를 허용했다. 이어진 무사 3루에서 DJ 르메이휴에게 1타점 희생 플라이를 내줬다. 텍사스 벤치는 양현종이 후속 타자 루크 보이트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투수를 브렛 마틴으로 교체했다. 경기 후 양현종은 "6회 점수와 볼넷을 내주지 않으려다 오히려 밸런스에 문제가 생겼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 장타를 맞았다"라며 "볼넷이 많았다. 보완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밝혔다.
양현종의 현실적인 최대 목표는 선발 로테이션 합류다. 경쟁자보다 더 뛰어난 경쟁력을 선보여야 한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강한 구위와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주에게 기회를 줄 것이 분명하다. 양현종이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선발 등판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이유다.
이로 인해 양현종은 불규칙한 등판 간격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6일 미네소타전 선발 등판(3⅓이닝 8K 1실점) 후 8일이나 대기하다가 15일 휴스턴전에 구원 등판하기도 했다. 컨디션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양키스를 상대로 5회까지 53개의 공으로 무실점 투구를 한 건 의미가 크다.
양현종이 선발진에 진입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6일 첫 선발 등판에서 그는 3회까지 탈삼진 7개를 뽑았지만, 미네소타 타선이 한 바퀴 돈 4회부터 정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양키스전에서는 투구 수 60개가 넘어서자 볼넷과 안타로 무너졌다. 양현종은 90~100개까지 던질 수 있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 양현종은 "체력이 떨어졌다기보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았다. 6회부터 밀어 넣는 투구를 했다"라며 "투수 코치가 이닝이 지날수록 강하게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지 언론은 클루버의 노히트노런 소식을 크게 다루면서 양현종의 호투에도 주목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양현종은 견고했다. 그러나 클루버가 텍사스 타선을 올 시즌 두 번째 노히터 제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스타 가제트는 "양키스 타선이 경기 초반 양현종에게 매우 고전했다. 첫 5이닝 동안 3차례나 병살타로 잡혔다"고 양현종의 투구를 높게 평가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양현종이 정말 잘 던졌다. 정타가 거의 없었고, 약한 땅볼 유도를 많이 했다"라며 "불운하게도 상대(클루버)가 더 잘 던졌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