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지난 19일 K리그1 경기에서 전북을 4-2로 이겼다. 이어 22일에는 포항을 1-0으로 꺾고 리그 1위(승점 33)에 올랐다. 아직 울산보다 2경기를 덜 치른 전북(승점 29)과 승점 4점 차다.
울산은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압도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 울산이 난적 전북과 포항을 연이어 격파한 것은 최근 몇 시즌 간 처음 보는 장면인 듯하다. 승부처에서 작아졌던 울산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뜻이다.
울산은 2019년 5월 12일 이후 2년 만에 전북을 이겼다. 특히 전주에서 전북을 이긴 건 2017년 8월 6일 이후 4년 만이었다. 울산은 이번에 전북에 이기기 전까지 정규리그에서 전북을 상대로 7연속 무승(3무 4패)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사실 그 속 내용은 더 처참했다.
울산은 2019년과 2020년 K리그에서 2년 연속으로 막판에 전북에 역전당해 우승을 놓쳤다. 지난해에는 FA컵 결승에서도 전북에 져서 우승컵을 내줬다. 울산이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늘 막판에 미끄러졌다.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전북 선수들은 울산을 상대로 굉장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지난해 전북 선수들은 시즌 내내 “쫓아가는 게 더 편하다”, “승점 3점 차 정도만 유지하면 막판에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 동안 그 말이 현실이 됐다.
심리적인 자신감과 위축감, 그 차이가 울산을 전북 앞에서 유독 작아지게 만들었다. 전북은 최철순, 이용 등 팀에서 오래 뛴 베테랑들이 확실하게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전북이 오랜 기간 연속으로 우승하다 보니, 전북 선수들은 해외 진출이 아닌 이상 거의 팀을 옮기지 않는다. ‘우승 DNA가 있다’는 말이 이런 바탕에서 나온다. 팀이 다소 흔들릴 때도 이들이 중심을 잡아준다.
반면 울산은 우승 문턱에서 자주 미끄러졌고, 그 결과 최근 몇 시즌 동안 선수들의 이적이 잦아졌다. 팀에 ‘장기 근속자’가 없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그나마 울산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김태환(미드필더)과 김인성(공격수)마저 이적을 타진했다. 이들을 잡은 게 신임 홍명보 감독이었다. 그는 팀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선수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고 남도록 설득했다.
김태환은 유럽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K리그에서는 보기 드문 파이터 형의 선수다.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가끔 지나치게 흥분하기도 했는데, 홍명보 감독이 올 시즌 김태환을 잘 다잡아주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하도록 하고 있다.
신형민 역시 팀이 어려울 때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는 선수다. 울산이 지난달 수원의 젊은 선수들에게 실점하면서 0-3으로 대패한 적이 있는데, 이때 신형민이 작정하고 선수들에게 ‘창피하지 않냐’며 정신력을 다잡도록 도왔다. 그리고 신형민은 바로 다음 경기였던 전북전(4월 21일 0-0 무)에서 미드필더로 나서 좋은 활약을 했다.
울산의 최강점은 미드필더다. 선수층이 매우 두껍고, 상대 팀에 따라 홍명보 감독이 효율적인 조합을 만들어낸다. 조지아 대표로 뛰는 바코가 기술이 뛰어난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고, 신형민처럼 ‘스피릿’이 있는 선수가 분위기를 바꾼다.
울산이 전북전에서 승리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미드필드 싸움에서 완승했다는 점이다. 전북은 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드필더 조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전북전 승리 요인은 22세 이하 선수였다. 전북전에서 울산의 김민준(21)이 32분을 뛰면서 골을 넣었지만, 전북의 이성윤(21)은 18분간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 이 차이도 승패를 가르는 한 요인이 됐다.
울산의 남은 과제는 공격수 보강이다. 울산과 전북의 2강 체제는 올 시즌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이 지난해까지 이어왔던 ‘전북 공포증’에서는 많이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두 팀 중 누가 더 압도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울산은 강력한 미드필더에 비해 톱 공격수가 약하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울산과 전북 모두 선수 보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 시장에서 어떤 선수를 영입해 팀에 잘 녹아들도록 만드느냐가 결국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가르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