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파이네는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4피안타·3볼넷·무실점을 기록하며 KT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5승째. KT의 2연패를 끊어내는 의미 있는 호투였다.
시즌 여덟 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냈다. 최근 두 차례 등판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종전 1.84였던 평균자책점을 1.66까지 낮췄다. 한화 좌완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를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데스파이네가 순위 가장 위에 이름을 올린 부문은 또 있다. 바로 등판과 이닝 수. 올 시즌 리그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두 자릿 수(10번) 등판을 소화했다. 경기당 이닝 소화(5⅔)는 공동 10위지만, 등판이 한 번 더 많은 덕분에 최다 이닝 부문도 1위(59⅔이닝)를 지켰다.
루틴이 작용했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5일 휴식 뒤 등판한다. 화요일에 등판한 투수만 4일 휴식 뒤 일요일 경기에 나선다. 휴식일(월요일) 없이 6연전이 이어지기 때문에 선발 한 명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다른 선발 투수의 등판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에이스의 루틴을 존중해줬다. 실제로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뒤 등판에서 성적이 훨씬 좋다. 5일 만에 등판한 31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06, 6일 만에 등판한 10경기에서는 6.09를 기록했다. 올해도 등판한 7번(첫 등판 제외)은 루틴을 지켰다. 평균자책점은 1.26. 5일 휴식 뒤 나선 두 경기는 2.79였다.
원칙도 생겼다. 화요일-일요일 등판을 소화한 다음 주는 5일 휴식 뒤 토요일에 나선다. 이 부분은 선수가 콕 집어서 토요일 등판을 원했다고. 이후 한 차례 더 4일 휴식 뒤 등판(목요일)에 나서면, 다시 1주일에 두 번(화·일) 나서는 주가 찾아온다. 이런 패턴이 이어지다 보니 데스파이네는 수요일과 금요일 등판이 없다.
다른 선발 투수들은 휴식일 하루 더 얻거나 로테이션을 거를 때도 생긴다. 일정하지 않은 등판 간격이 투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해는 KT 선발 투수 대부분 데스파이네의 루틴 효과를 봤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 리그 선발 투수 중 최다 등판(34경기)을 기록했다. 2위 양현종(당시 KIA)와라울 알칸타라가 31경기였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0이닝을 넘어선 투수로 남기도 했다.
올해는 목표를 더 높게 잡았다. 데스파이네는 개막 전 "220이닝을 소화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이닝이 아니라 220이닝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선수는 루틴을 지켜 더 좋은 투구를 하고, 팀은 유연한 마운드 운영을 도모한다. 데스파이네 효과는 올해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