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결코 예단할 수 없는 스포츠다. KT와 SSG의 시즌 네 번째 맞대결에서도 증명됐다.
SSG가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서 5시간이 넘는 연장 12회 승부 끝에 9-5로 승리했다. 수 차례 기세를 내줬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혈전 끝에 승리하며 리그 1위(24승17패)를 지켰다.
두 팀은 6회까지 1-1로 맞섰다. KT 선발 투수 고영표, SSG 선발 투수 윌머 폰트가 모두 호투했다. 특히 고영표는 노게임이 선언된 20일 삼성전 포함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6점씩 내주며 고전했다. 이 경기에서는 한층 견고한 투구를 보여줬다.
승부 균형은 7회 말 깨졌다. 1사 2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KT 베테랑 박경수가 SSG 구원 투수 장지훈을 상대로 우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올 시즌 타격 기복이 컸던 베테랑이 중요한 시점에서 KT의 2연승 가능성을 높이는 해결 능력을 보여준 것.
KT 타선은 기세를 탔다. 이후 2점을 더 추가했다. 후속 김병희가 중전 안타를 쳤고, 대타 김민혁이 바뀐 투수 김태훈의 헤드샷 사구를 당했다. 주축 타자가 큰 부상을 당한 상황. 조용호가 다시 바뀐 투수 최민준을 상대로 좌중간 적시타를 쳤다. 배정대까지 적시타 대열에 합류했다. KT가 4-1로 앞서갔다.
이강철 KT 감독은 8회 수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8회 초 마운드에 올린 베테랑 투수 안영명이 선두 타자 고종욱에게 안타를 맞고, 대타 최주환에게 초구에 볼을 던지자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 교체. 베테랑을 향한 예우를 하면서도 8회를 실점 없이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 그라운드와 더그아웃 선수들이 모두 집중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었다.
KT는 사령탑이 직접 나서 기세 싸움을 주도했다. 바뀐 투수 김민수가 최주환을 내야 뜬공 처리하며 이 선택도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김민수는 후속 최지훈에게 볼넷을 내줬고, 추신수의 타석에서 다시 바뀐 투수 조현우도 추신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KT는 마무리 투수 김재윤까지 조기 투입했다.
이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김재윤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몸쪽 포심 패스트볼 승부를 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뿌렸다. 밀어내기 실점. 점수가 2-4, 2점 차로 좁혀졌다. 후속 한유섬과의 승부에서는 3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포심으로 헛스윙을 잡아냈다. 타자의 배트에서 멀어지는 투심과 흡사한 궤적. 그러나 한유섬은 이어 들어온 같은 코스·같은 구종을 놓치지 않고 밀어쳤다. SSG가 5-4로 역전했다.
회심의 투수 교체가 통하지 않았다. KT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KT는 저력을 발휘했다. 8회 공격에서 장성우가 안타로 출루했고, 박경수가 좌중간 2루타를 쳤다. 대타 유한준이 이 상황에서 바뀐 투수, SSG 클로저 서진용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쳤다. 장성우가 홈인.
SSG도 베테랑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견수 김강민이 전매 특허인 강견을 과시, 정확한 홈 송구로 2루 주자 박경수를 잡아냈다. KT는 동점(스코어 5-5)은 만들었지만, 역전을 해내지 못했다.
연장 승부에서는 KT의 기세가 더 거셌다. 10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강백호가 우중간 2루타를 치며 끝내기 주자로 나섰다. 후속 조일로 알몬테는 진루타.
이 상황에서 김원형 감독은 순리를 선택했다. 만루 작전. 후속 장성우와 박경수를 모두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이 작전이 통했다. 서진용이 유한준을 내야 뜬공 처리한 뒤 신본기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11회도 SSG의 집중력이 앞섰다. 선두 타자 심우준이 우전 안타를 치며 출루한 상황. 배트 컨트롤이 좋은 조용호가 후속 타자로 나섰다. 이 상황에서 SSG 투수 조영우와 포수 이흥련 배터리는 최선의 결과를 얻어냈다. 조용호의 번트 타구가 떴고, 포수가 바로 잡아냈다. 2루로 쇄도한 심우준이 귀루할 시간은 없었다. 더블플레이. KT는 이어진 상황에서 배정대가 볼넷을 얻어냈지만, 강백호가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다.
두 차례 위기를 넘긴 SSG는 12회 공격에서 추신수와 최정이 연속 볼넷으로 얻어낸 기회에서 오태곤이 적시 중전 안타를 치며 승부 균형을 깼다. 이후 김강민의 땅볼 타점, 박성한의 우전 안타, 김성현의 희생플라이로 점수 차를 더 벌렸다. 이 상황에서는 승부가 가려졌다. SSG는 KT의 12회 말 공격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