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S25가 모나미와 협업해 출시한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2 세븐일레븐 '딱붙캔디'. 3 부산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에서 '서울우유 보디워시' 제품이 실제 우유 판매대 앞에 배치돼 있다. 유통 업계의 '굿즈 마케팅' 상품들이 도가 지나치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먹어서는 안 되는 매직이나 구두약 등을 식품으로 재현해 어린이나 장애인, 노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우유를 먹어서는 안 되는 샴푸로 재현해 출시한 업체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정부는 유통 업계에 경쟁처럼 번지고 있는 공산품 패키지의 협업 제품 출시에 제동을 거는 법령 제정을 검토 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협업한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보디워시’를 출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해당 제품은 출시 직후 서울우유 팩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점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보디워시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성인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를 우유로 오인해 호기심을 갖고 먹을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더해 지난 15일 지난 15일 이 제품이 홈플러스 일부 매장에서 우유 옆에 진열된 모습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직원이 '연관 진열'을 했다가 지적을 받고 바로잡았다"며 "실제 제품 앞뒤 면에는 우유와 헷갈리지 않도록 관련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도 있었다. 본래 식품이 아닌데 식품의 패키지로 변경된 사례이다. 이는 실제 제품을 봤을 때 식품으로 오인하기가 더 쉽다.
CU는 말표 구두약 협업 상품을 단독으로 선보였는데, 이 가운데 ‘말표초코빈’은 실제 대왕 말표 구두약 케이스와 흡사하게 만들어 논란이 됐다. GS25 역시 문구회사 모나미와 손잡고 ‘모나미매직스파클링’ 음료를, 세븐일레븐은 문구사 아모스 딱풀과 흡사한 모양의 ‘딱붙캔디’를 판매해 비판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제품은 실제 상품과 너무 유사한 것이 문제"라며 "사물 인지 능력이 흐린 유아뿐 아니라 지적 장애인, 치매 노인들이 자칫 제품을 오인해 섭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아가 문구류나 부품 등을 입에 넣는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완구·문구 등 학습 용품이 가장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논란이 계속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식품표시광고법)과 '화장품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식품 디자인을 본뜬 생활화학 제품은 물론 생활화학 제품을 본뜬 식품 모두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 방향을 잡았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해당 제품과 섭취사고를 모니터링하고, 위험성이 크게 드러나면 시정 권고 등 조처할 계획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유사한 패키지의 식용 제품과 혼동해 소비자가 공산품을 실수로 섭취해 피해를 보게 됐을 경우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면 피해 구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