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구 삼성전을 통해 리그 평균자책점 1위로 올라선 로켓. IS 포토 이 정도면 '효자 외국인 투수'다. 두산 워커 로켓(27)이 마침내 평균자책점 1위로 올라섰다.
로켓은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치러진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 쾌투로 4-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2일 사직 롯데전부터 7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경기 전 1.99이던 평균자책점을 1.91까지 끌어내려 이날 잠실 키움전에서 7이닝 2실점 한 LG 수아레즈(1.93→2.01)를 밀어내고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패배를 설욕한 두산(24승 11패)은 대구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일요일 경기 5연승을 질주했다. 삼성(26승 21패)은 일요일 경기 6연승 행진이 마감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에 고민이 많다. 아리엘 미란다 때문이다. 미란다는 탈삼진 부분 리그 2위지만 호투와 부진이 반복된다. 한 경기에서 삼진 10개를 잡아내기도 하고 볼넷 6개로 자멸하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피칭이 계속돼 안정감이 떨어진다. 자칫 팀이 흔들릴 수 있는 변수지만 버틸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로켓이다.
삼성을 상대로도 흔들림이 없었다. 로켓은 1회 말 1사 후 호세 피렐라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한 뒤 후속 타자를 모두 불발로 처리했다. 3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전날 멀티 홈런을 때려낸 오재일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시속 152㎞ 직구가 예리하게 꽂혔다. 3-0으로 앞선 4회 말에는 선두타자 김민수의 볼넷 이후 세 타자를 큰 위기 없이 처리했다.
유일한 실점은 5회 말이었다. 로켓은 김지찬과 김상수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1사 1, 3루 때 피렐라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하지만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추가 실점을 막아내 삼성의 추격 흐름을 끊어냈다. 6회와 7회는 각각 삼자범퇴. 8회부터 불펜 박치국에게 배턴을 넘겼다.
두산은 로켓이 긴 이닝을 책임져 불펜 2명(박치국→김강률)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날 선발 유희관이 1이닝 만에 강판당해 불펜 소모가 컸던 걸 고려하면 로케의 7이닝 소화는 가뭄에 내린 단비였다. 시속 153㎞까지 찍힌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50개)에 커브(12개), 체인지업(36개)을 효과적으로 섞어 삼성 강타선을 막아냈다.
타선은 화력을 지원했다. 두산은 0-0으로 맞선 2회 초 양석환의 솔로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4회 초에는 볼넷과 2루타로 만든 2사 2, 3루 찬스에서 정수빈의 2타점 적시타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어 5회 초에는 김인태가 삼성 선발 이승민(4⅓이닝 4실점)의 초구 직구를 공략해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삼성은 9회 2사 2루에서 터진 구자욱의 적시타로 따라붙었지만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로켓은 경기 뒤 "전체적으로 훌륭한 경기였다. 야수들이 공수에서 모두 잘 도와줘서 터프한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 아웃 카운트를 빨리 잡아간 게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었다"며 "최근 경기 의도한 대로 투구가 되고 있다. 시즌 초보다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준비 잘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