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나오미가 1회전 승리 후 TV 중계용 퀵 인터뷰를 갖는 모습.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세계 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언론 인터뷰 거부 논란 속에 프랑스오픈 기권을 선언했다.
오사카는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잠시 휴식기를 갖겠다"며 프랑스오픈 2회전부터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회 1회전에서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63위·루마니아)를 2-0(6-4 7-6〈7-4〉)으로 꺾은 오사카는 2일 아나 보그단(102위·루마니아)과의 2회전을 앞둔 상황에서 끝내 출전 포기를 결정했다.
오사카가 갑자기 기권을 선언한 건 언론 인터뷰를 놓고 주최 측과 줄다리기 벌이면서다.
오사카는 대회 첫날 단식 1회전 승리 뒤 코트 위에서 진행되는 TV 중계용 퀵 인터뷰에만 응했다. 앞서 예고한 대로 경기 뒤 기자회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터뷰 불참으로 벌금 1만5000달러(약 1600만원) 징계가 부과됐다.
오사카는 경기 종료 후 진행되는 인터뷰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개막 전에 자신의 SNS를 통해 "기자 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선수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할 수 있다. 여러 차례 답했던 질문이 또 나오고, 뭔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며 "나는 그런 상황에 놓이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경기에 패한 뒤 인터뷰에 대해 "넘어진 사람을 또 발로 차는 것과 같다"라며 "다만 특정 대회나 기자가 싫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공식 인터뷰에 불참할 경우 벌금이 부과되는 것을 알고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사카는 "(인터뷰 거부로 내게 될) 벌금은 정신 건강 치료를 위한 곳에 쓰이면 좋겠다"라고도 밝혔다.
프랑스오픈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런 규정 위반이 계속되면 최대 실격까지 가능한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며 "더 많은 벌금과 향후 메이저 대회까지 적용될 징계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는 미디어 관련 의무를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순히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나머지 메이저 대회(호주, US, 윔블던 오픈) 출전 정지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4대 메이저 대회 주최측이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 오사카에게 출전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오사카의 공식 인터뷰 불참을 두고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선수의 '소신'이라는 의견도 있고, 프로 선수로서 임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는 감독 또는 선수가 승패와 관계없이 경기 뒤 인터뷰에 참석하고, 진행된다.
오사카는 대회 주최측의 입장을 접한 뒤 "분노는 이해가 부족해서 나오는 것. 변화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라는 글을 올렸다.
오사카는 2018년 US 오픈에서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우승 이력만 4차례. 지난해 정상에 오른 US오픈에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의 현재 국적은 일본이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지난 31일 "오사카가 오는 2일 아나 보그단과 대회 2회전을 치른다. 오사카가 그 전에 자기 뜻을 굽힐지, 아니면 경기 후 인터뷰를 또 거부할지 주목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