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균안이 투수 데뷔 첫 승 기념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롯데 투수 나균안(23)은 행복, 소름, 자신감 등 다양한 감정을 짧은 순간에 느끼고 경험했다. 그만큼 특별한 하루였다.
나균안은 지난 1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어렵게 최근 6연패를 탈출했다. 나균안 개인적으로는 포수에서 전향한 지 1년 만에 거둔 감격스러운 투수 데뷔 첫 승이었다. 투수로서 새 발자취를 남긴 나균안은 "정말 행복하다. 내가 잘 던져 팀이 이겨 기쁘다"라고 웃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68에서 2.53으로 낮췄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 순간은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다. 팬들의 함성은 어느 때보다 컸고, 일부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키움 팬들 가운데서도 나균안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나균안이 역경을 딛고 지금껏 걸어온 야구 인생을 알고 있어서다. 나균안은 2017년 롯데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했다.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다. 촉망받는 대형 포수 유망주였지만, 많은 기회에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마음고생이 컸던 그는 결국 지난해 도중 투수 전향을 결정했다.
나균안이 선발 투수로서 가장 호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또 더그아웃에 있던 선배들은 "네가 롯데의 1선발이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나균안이 선발 전환 후 최고의 투구를 했다"라고 칭찬했다. 나균안은 "(팬들의 박수에) 소름이 돋더라.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며 "마운드를 내려오며 '내가 한 경기 최다 이닝, 투구 수(95개)를 기록하며 잘 던졌구나'라고 돌아볼 수 있었다"라고 기뻐했다.
늘 곁에서 응원해주는 가족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인터뷰 때 (그동안 고생한) 부모님 이야기가 나와 갑자기 울컥했다"라며 "부모님은 포수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셨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힘들고 방황할 때 아내가 힘이 되어줬다. 장인, 장모를 포함해 모든 가족께 감사하고 그 덕분에 요즘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