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진 KCC 회장 등 유족은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 명예회장은 KCC 지분 5.05%와 KCC글라스 지분 5.41%를 남겼다. 이중 시가 1400억원 규모의 KCC 지분 3%가 정몽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전문화재단에 기탁해 소리박물관(음향기기 전문 박물관) 건립에 쓰일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도 진행됐다. 재단에 기탁하는 3%를 제외한 나머지 KCC 지분 2% 가량의 지분은 정 회장과 3남 정몽열 KCC건설 회장이 각 1.02%씩 물려받기로 했다. KCC글라스 지분은 5.41%는 2남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에게 상속됐다.
사회환원에 가려졌지만 이번 유산 정리는 지분 상속 성격이 강하다. KCC 지분은 정몽진 회장 오너가 포함 특별관계자(13명) 지분이 39.51%로 그대로 유지됐다. 정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전문화재단이 3% 지분을 확보하면서 오너가의 특별관계자로 새로 포함됐다.
재단은 오너가의 우호 지분이기 때문에 사회환원에도 기업의 지배력은 변함없이 유지됐다. 1.02% KCC 지분을 상속 받은 정 회장의 지분율도 19.58%로 증가했다. 3남 정몽열 회장도 6.31%로 지분율이 올라갔다.
지분 상속으로 정몽익 회장의 KCC글라스에 대한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정몽익 회장의 지분은 20.66%에서 26.06%로 상승했다.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오너가의 지분도 43.33%로 안정적인 지분율을 유지했다. 정몽진 회장은 KCC글라스 지분 8.56%를 갖고 있다.
재단을 활용한 사회환원 및 지배력 강화는 예전부터 대기업 오너가들이 주로 활용하는 편법 증여 방법이다. 사회환원 지분이라 상속세를 내지 않고도 오너가 지분율을 유지하며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1심은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총수 일가의 재산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6500억원, 이노션 지분 2000억원 등 8500억원을 정몽구재단 설립을 위해 출연했다. 당시에도 재단을 통한 기부로 인해 편법 증여라는 시선을 받았다.
서전문화재단은 현재 서초구 내곡동에 소리박물관을 짓고 있고, 2023년 준공 예정이다. 소리박물관에는 정 회장과 그의 스승인 고 최봉식 선생이 수집한 웨스턴 일렉트릭의 1926년산 극장용 스피커, 오르골, 축음기 등 희귀 작품을 전시할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은 지분 상속과는 별개로 10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민족사관고에 장학금으로 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