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두산의 외야는 뜨겁다. IS포토 정수빈(31)이 반등의 발판을 만들었다. 김인태(27)는 기복 없이 좋은 타격감을 유지 중이다. 두산 '외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달 17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주전 중견수 정수빈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며 "현재 주전은 김인태"라고 말했다. 이어 "정수빈이 개막 초반부터 타격감이 안 좋다 보니 (투수와의 승부에서) 급하게 덤비더라. 잘하고 있는 선수(김인태)를 빼고 내보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수빈은 개막 11경기 만에 우측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약 한 달 만에 복귀한 뒤 나선 두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사이 백업 외야수 김인태가 정수빈의 공백을 메웠다. 김인태는 5월 둘째 주까지 타율 0.303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김인태는 지난해 KT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9회 초에 우전 적시타로 2-2 균형을 깨며 두산의 승리를 이끈 선수다. 지난해 두산 야수 중 대타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할 만큼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수빈은 지난해 12월, 두산과 6년 최대 56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리그에서 수비 범위가 가장 넓은 중견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이름값과 몸값에 연연하지 않았다. 두산 타선은 내부 FA였던 최주환(SSG)과 오재일(삼성)이 이적한 뒤 공격력이 저하됐다. 무게감을 유지해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5월 셋째 주까지 정수빈 대신 김인태를 선발로 내세웠다. 정수빈은 그사이 지명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결장한 5월 18일 KT전에서 한 차례 선발로 나서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후 5경기 연속 교체 출전했다. 5월 26일까지 출전한 20경기에서 타율 0.147에 그쳤다.
정수빈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월 28일 열린 삼성과의 주말 3연전 1차전에서 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21번째 출전 만에 시즌 첫 멀티 히트. 우완 정통파, 좌완 그리고 우완 사이드암 투수의 공을 모두 공략했다. 타구 방향도 가운데 2개, 좌·우 1개씩 생산했다. 이어 열린 삼성 2·3차전도 모두 선발 출장해 안타 1개씩 때려냈다.
김인태도 밀리지 않았다. 삼성과의 3연전 모두 선발 출장해 14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3연속 멀티 히트. 3차전 5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삼성 좌완 이승민의 시속 134㎞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김인태는 5월 셋째 주부터 나선 7경기에서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잠시 주춤했다. 정수빈이 반등하자, 그도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6월 첫 출전이던 1일 창원 NC전에서도 신민혁을 상대로 선두 타자 우중간 홈런을 쳤다. 시즌 3호. 데뷔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정수빈의 경쟁력은 1군 경험과 수비력이다. 김태형 감독도 "수비를 생각하면 수빈이가 (주전을) 해줘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김인태는 타격 능력이 앞선다. 꾸준히 타석 기회가 주어진다면 3할 타율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력이 더 좋은 선수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있다. 경쟁 속에서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도 이미 확인했다. 둘의 자리 경쟁이 본격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