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 consider myself the luckiest man on the face of the Earth.(오늘,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위 말을 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내야수 루 게릭은 17년의 선수 생활 동안 2164경기에 출전, 타율 0.340, 2721안타, 493홈런, 1995타점, 1888득점, 출루율 0.447, 장타율 0.632, OPS(출루율+장타율) 1.080을 기록한 전설적인 타자다. 특히 베이브 루스와 함께 뉴욕 양키스의 ‘살인타선(Murderer's Row)’을 이끌며 세 번의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루 게릭은 1925년부터 15년간 2130경기에 연속 출전하며 ‘철마(The Iron Horse)’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1939년 현재 ‘루 게릭 병’으로 잘 알려진 근위축성측색 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ALS) 진단을 받고 그해 6월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된다.
게릭의 은퇴가 발표되자 양키스 구단은 그의 등번호 4번을 구단 역사상 최초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MLB 최초의 영구결번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게릭을 5년 동안의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명예의 전당에 선출했다. 은퇴 2년이 지난 1941년 숨을 거둔 게릭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 구단의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이같은 활약을 펼친 루 게릭을 상기하고자 MLB 사무국은 올해 3월 미국 현지시간 기준 6월 2일을 ‘루 게릭 데이’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루 게릭 데이’로 지정된 6월 2일은 루 게릭이 사망한 날이다. 또한 루 게릭이 세운 213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각팀 경기장에는 그의 등번호 4번과 근위축성측색 경화증의 약자인 ALS를 붙여 ‘4-ALS’ 로고가 걸리며 모든 선수단과 코치진이 해당 로고가 새겨진 패치를 유니폼에 부착한다.
MLB가 특정 선수를 기념하는 날을 지정한 것은 재키 로빈슨 데이(4월 15일), 로베르토 클레멘테 데이(9월 9일)에 이어 세 번째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루 게릭이 남긴 겸손과 용기의 가치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됐다"며 루 게릭 데이 지정 배경을 설명한 뒤 "루 게릭 병에 관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보도에 따르면, MLB는 게릭의 은퇴식에서 나온 연설을 ‘대체불가토근(NFT)’으로 경매에 올리기도 한다. 게릭은 1939년 7월 4일 열린 은퇴식에서 “오늘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The Luckiest Man)이다”라며 “지난 17년 동안 팬 여러분들로부터 그저 친절과 응원만을 받아왔다”라는 말로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NFT는 특정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탈중앙화한 블록체인 형태로 발행해 보관하는 형식이다. 일종의 ‘디지털 진품 증명서’로 알려진 NFT는 이미 스포츠계에서 경매와 판매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기의 바둑 대결’로 세계가 주목했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제4국이 NFT로 만들어져 2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미국프로농구 명장면을 짧은 영상에 담은 ‘NBA Top Shot’이 큰 성공을 거뒀고,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국내 한 기업과 퍼블리시티권을 활용한 NFT 사업 계약을 맺었다.
맨프로드 MLB 커미셔너는 성명에서 “카드 교환부터 사인 공에 이르기까지 야구 팬들은 수십 년 동안 수집품을 통해 스포츠와 선수들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다”며 “캔디 디지털과 협력하여 MLB 팬들에게 NFT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야구 수집 시장에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추가제품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포츠 기념품 전문가 데이비드 콜러는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게릭의NFT가 얼마에 팔릴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내 생각으로는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